백세현 이대서울병원 외과 교수(사진)는 “검진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의학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암 진단이 사망 선고와 같이 여겨지는 시기는 지났다”며 “유방암 수술 후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평생 의사와 상의하며 함께 관리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외과의사다. 암 덩어리를 잘 도려내는 것은 물론 흉터를 줄여 미용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유방암은 갑상샘암과 함께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국내 유방암 발병률은 동아시아 국가 중 1위일 정도로 환자가 많지만 국내 유방암 환자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치료 후 생존율은 평균 90%를 웃돈다. 백 교수가 유방암 환자의 생존은 물론 수술 후 삶의 질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는 “임우성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개발한 유륜을 이용한 유방암 수술법, 정상 유방 조직을 활용해 절개 부위가 움푹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종양성형술 등을 많이 한다”며 “유방 제거 수술을 한 뒤 시간이 지나고 재건술을 하는 것보다는 성형외과와 함께 동시 복원술을 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있다”고 했다. 유륜을 활용해 유방암 수술을 하면 유방 피부에 큰 흉터가 보이지 않아 미용적 만족도가 높다. 다만 미용적 만족도에만 너무 관심을 기술이면 자칫 암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이 둘 사이에서 의사가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유방암 환자는 대부분 40~60대 여성이다. 호르몬 변화가 심한 폐경기에 암 환자가 됐다는 고통까지 더해져 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유방암 환자는 5년 이상 재발 없이 생존했더라도 암을 진단받지 않은 사람보다 40% 넘게 심리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종종 이런 스트레스가 우울증이나 적응장애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유방암 생존자는 다른 집단에 비해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낄 위험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다. 수술 부위에 가벼운 통증이나 두통만 생겨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됐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백 교수는 “수술 후 호르몬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부부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수술 후 3개월, 6개월 등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환자 심리 상태와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진료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두려움부터 갖지만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효과가 상당히 좋은 암이다. 수술 난도와 위험도가 아주 높은 암도 아니다. 환자 스스로 이런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백 교수는 “가끔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이나 항암 치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도원 등으로 도망가는 환자가 있다”며 “수술하면 암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데도 포기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령 환자라고 해도 수술 가능한 상태면 수술해 암 덩어리를 떼어내고 경과를 보는 것이 낫다”며 “두려움에 치료받지 않고 암을 키우다 나중에는 수술로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돼 병원을 찾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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