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는 2014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의 남쪽에 자리한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 시의 역사는 1964년 광주시의 전신인 광주군 중부면에 성남 출장소가 설치된 데 이어 1968년 서울시의 무허가 철거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이주단지로 ‘광주대단지 조성 사업’이 인가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철거민 이주가 시작되면서 6000여 명이던 중부면 인구는 1971년 15만 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개발과 성장 위주 정책으로 도시적 기능과 생활대책이 전무한 사각지대로 내몰린 도시민들이 광주대단지 사건에 항거했다.
이에 놀란 정부가 한 달 만인 1971년 9월 경기도 직할 성남출장소를 신흥동에 개소하고 1970년대 국가산단으로는 서울 구로공단에 이어 두 번째, 지방산단으로는 첫 번째로 성남일반산단을 조성했다. 이 산단은 국내 경공업 발전과 성남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1973년 7월 성남출장소에서 시로 승격했다. 1991년 분당신도시, 2001년 판교신도시, 2005년 위례신도시 조성 계획 확정에 이어 2017년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에 기업이 입주하면서 인구 94만6568명의 도시로 성장했다.
올해 제2판교밸리에 이어 2022년 제3판교밸리가 준공되면 최첨단 도시로 거듭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기업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가 원도심의 옛 일반산단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아시아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속의 기술 혁신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 중
은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과 동시에 성남시를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업추진단을 꾸렸다. 오는 10월에는 시장 직속 아시아실리콘밸리담당관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하고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시아 실리콘밸리는 제1·2·3판교 및 위례비즈밸리를 아우르는 ‘ICT융합산업벨트’와 분당벤처·야탑밸리를 포함하는 ‘성남형 바이오헬스벨트’, 정자동의 ‘백현마이스클러스터’ 등 3대 권역으로 특화 육성해 세계적인 첨단산업 허브로 조성한다는 게 핵심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반경 1㎞ 내에 카카오와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 국내 최고 정보기술(IT) 기업과 차바이오텍, SK케미칼 등 주요 생명공학(BT) 기업이 입주해 성남 경제성장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제1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첨단기업만 1270개로 2017년 총매출은 77조5000억원에 달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지금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이 마무리되면 입주업체는 2000여 개로 늘고, 근무 인원은 10만 명에 육박한다. 2023년 제3판교테크노밸리까지 완공되면 1.67㎢ 면적에 2500여 개 기업, 13만여 명이 근무하는 초대형 클러스터로 거듭난다.
또 ICT와 바이오 기업 위주인 제1테크노밸리와 차별화를 위해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자율주행차 및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단지로, 제3판교테크노밸리는 블록체인과 핀테크(금융기술) 등 미래금융산업 허브로 운영된다. 제2,3판교테크노밸리는 연구개발(R&D)연구소와 기업뿐 아니라 행복주택, 쇼핑몰 등 근린 주거 편의시설이 계획단계부터 마련돼 일터와 주거가 한 공간에서 가능한 자족형 경제도시로 조성된다.
시는 판교와 위례비즈밸리를 세계 속의 ICT융합산업벨트로 육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 등 7개 기업, 기관과 운용자금 1360억원 규모의 ‘성남벤처펀드’를 조성했다. 2022년까지 3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분당에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종합병원과 연계해 ‘성남형 바이오헬스벨트’로 만들기로 했다. 정자동 주택전시관에는 ‘바이오헬스 허브’ 기업을 유치하고, 야탑동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는 ‘바이오헬스 리빙랩’을 조성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과 의료기기 등 관련 제품 생산 거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시는 정자동에 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백현마이스산단을 2024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10월 50개국 133개 회원이 참가하는 세계스마트도시기구인 위고(WeGo) 집행위원회 국제회의를 주최해 아시아 실리콘밸리의 비전을 세계에 알리기로 했다. 아시아 실리콘밸리 프로젝트 핵심 전략으로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외국인 환자가 찾는 의료관광도시
관광지가 부족한 성남시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관광도시로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방문객은 1만179명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다. 서울과 인천, 대구, 부산에 이어 국내 5위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위다. 분당서울대병원 등 우수한 의료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성남시 의료관광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2013년에 1975명이던 성남시 방문 외국인 환자는 2018년 1만179명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특히 중증질환자가 많은 카자흐스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방문한 환자가 많았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분당차병원, 제생병원이 있는 성남시는 내년에 성남시의료원을 개원한다. 시 전체적으로 1600여 개 의료기관에 1만5000여 명의 의료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성남시는 앞으로 △성남 국제의료관광 컨벤션 정례회 개최 △30여 개 병원 의료관광 협력기관 지정·운영 △의료관광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코디네이터 인력풀’ 운영 등의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체류연장 비용을 지원하는 안심케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외국인 환자 유인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남=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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