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1달러당 1200원이 넘는 동반 약세 현상을 보이는 건 달러·위안화 자산보다 매매가 쉬운 달러·원화로 헤지성 매매가 몰렸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이 복합트레이딩 매물을 쏟아내고, 유가증권시장이 약세를 나타낸다. 일부 외국인이 달러화 자산을 사려고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화 신뢰도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붕괴하면서 2016년까지 달러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을 비롯한 신흥국 자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달러화를 샀다. 최근에는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달러 인덱스가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달러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평균한 지수다. 지난달 30일 달러인덱스는 98.82로 2016년 달러 강세 최고조 시기(103.63) 대비 한 단계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80년 이후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신흥국 주가지수는 달러 약세기에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횡보 또는 하락했다. 달러의 추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이에 따라 외국인이 어떤 매매동향을 보일지가 투자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달러는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 이후 달러 약세가 수년간 진행된 적이 있다. 같은 공화당 정부인 트럼프 대통령도 감세 정책과 약달러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달러가 언제 약세로 전환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려면 미국 경기가 더 나아져야 한다. 국가 부채를 늘리는 재정정책보다 금리 인하와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는 약달러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약 달러-강 위안은 중국에 불리할까? 올해 중국 채권은 글로벌 채권 지수에 편입됐다. 주식도 MSCI 이머징마켓지수에서의 비중이 20%로 확대됐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외국인의 금융사 투자한도를 2020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열리면 들어온 자본을 국유기업 상장과 기업 유상증자에 활용할 수 있다. 높은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강세 전환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 추세가 달러 약세로 방향을 틀면 신흥국 채권의 환차손 위험이 축소된다. 연 7% 안팎 금리인 신흥국 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나머지 브릭스의 환율도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하는 시기에 국채 투자 수익과 더불어 추가로 환차익을 낼 수 있다. 환차익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신흥국의 주식형 자산은 투자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환율 변화와 외국인의 매수 동향을 확인하며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전략이 유리해보인다.
정병일 KB증권 WM스타자문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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