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교린은 올해 정규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오갔다. 시드를 지킬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적응에 애를 먹으며 시즌 초반 상금을 축적하는 데 실패했다. 내년 시드가 보장되는 상금 순위 60위 안에 들지 장담할 수 없었다. 드림투어는 상금 순위 20위까지 이듬해 정규투어 출전권을 부여한다. 상금이 적고 환경도 열악했으나 박교린에겐 피할 수 없는 차선책이었다.
태풍급 ‘루키 돌풍’
8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파72·667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총상금 6억원)은 박교린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무대다. 그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2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기록하며 6언더파를 적어 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133타. 2위 조정민(25)에게 1타 앞선 짜릿한 우승이었다. 당초 이 대회는 3개 라운드 54홀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으로 인해 36홀로 축소됐다.
이번 우승으로 박교린은 2021 시즌까지 출전권을 보장받아 ‘시드 걱정’에서 벗어났다. 그는 드림투어를 오가는 강행군 속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링거를 맞기도 했으나 우승으로 모두 보상받았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이 대회 전까지 약 7000만원을 모아 58위에 머물던 상금 순위도 23위(1억8986만원)로 도약했다. 또 신인상 포인트 230점을 획득, 1009점을 모아 신인상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이로써 KLPGA투어는 올해 벌써 일곱 번째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앞서 조아연(19), 이승연(21), 박소연(27), 임은빈(22), 유해란(18), 임희정(19)이 우승자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생애 첫 우승자가 가장 많이 나온 것은 2017년 11명이다. 남은 대회 결과에 따라 이에 근접한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5명의 신인 우승자가 탄생하면서 2005년 5승 이후 가장 많은 ‘루키 우승자’가 나온 시즌이 됐다.
‘링링’이 가져다준 행운의 우승
한반도를 덮친 태풍 ‘링링’이 대회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박교린은 전날 2라운드에서 링링 때문에 5개 홀만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당시 선두인 이다연(22)에겐 3타 뒤진 공동 5위였다.
박교린은 태풍이 한반도를 빠져나간 일요일 잔여 경기에서 무결점 경기를 펼쳤다. 전날 강풍을 고려해 쉽게 꽂아 놓은 핀 위치 덕분에 코스는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였다. 서 있기도 어려웠던 전날 강풍 속에서 경기를 먼저 끝낸 선수들은 바람이 잦아든 최종일 버디쇼가 펼쳐지는 경기를 지켜보며 입맛을 다셔야 했다.
박교린은 시작하자마자 15번홀(파5)에서 버디로 1타를 더 줄였고 2번(파3), 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다. 7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그는 8번홀(파4)에서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 넣으며 경쟁자들을 따돌렸고 우승을 예약했다.
조정민은 이날 15개 홀에서 3타를 줄이는 데 그쳐 10언더파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이 대회에 불참한 박채윤(25)을 따돌리고 상금순위 2위(약 6억5400만원)에 올라 상금왕 경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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