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화의 정의

입력 2019-09-08 17:22   수정 2019-09-09 00:03

마주 대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음. 사전에 나와 있는 ‘대화’의 정의다. 이제 사전(혹은 출판사)에 제안하고 싶다. 대화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고. 대화란 화면을 보고 손가락으로 부지런히 터치하는 것이다. 대화의 도구는 입이 아니라 손가락이고, 대화의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휴대폰 화면이다. 과장을 많이 보태기는 했지만 단연코 아니라고 고개를 젓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옆방에 있는 아들, 딸과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로 대화한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 쳤지만 같은 식탁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언가를 물어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어폰을 꽂고 있기에 말을 해봐야 듣지 못하는 아들과 대화해야 하는 엄마의 고육지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은 것이 있다. 남과 이야기할 때는 얼굴, 특히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라는 것과 곧이곧대로만 듣지 말고 단어들 사이의 숨은 내용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을 보면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회색 지역이 하얀 지역인지 까만 지역인지 알 수 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내려보는지 등을 통해서 말이다. 또 상대방 말의 분위기나 억양 등을 통해 단어 사이에 숨어 있는 마음의 진실을 볼 수 있다. 같은 말인데도 억양의 올림과 내림으로 많은 부분이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우리 말의 미묘함 아닌가. 한 예가 ‘당신 참 잘나셨어요’라고 할까? 영어로 ‘I am very proud of you’로도 표현할 수 있는 이 문장은 뒷부분을 어떤 톤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칭찬과 비아냥을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대면 대화의 맛깔스러움이다.

하지만 최근 대세는 메신저 등을 통해 얼굴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비대면 대화다.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편리함과 면전에서 상대방의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덤으로 여러 명이 동시에 대화할 수 있고 남의 말이 끝나든 말든 아무 때나 끼어들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손가락으로 이야기하는 비대면 대화의 깔끔함이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과 대면 대화를 줄이고 기피하는 현상이 확대되는 듯하다. 햄버거 가게에서 점원이 주문받는 줄이 비어 있어도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인기 이유 중 하나가 운전자가 말을 걸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대표적인 현상이다. 세상이 점점 팍팍해진다, 외로워진다, 건조해진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좀 더 갖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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