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웨이브發 '미디어 빅뱅' 기대한다

입력 2019-09-08 17:31   수정 2019-09-09 00:19

‘구독자 1700만 명, 월 광고 수익 30억원대.’

지상파 방송국 실적이 아니다. 최근 서울 강남 건물 매입으로 화제가 된 ‘6세 유튜버’ 이야기다. 대사도 거의 없고 컴퓨터그래픽(CG)도 없는 영상 한 편의 조회수가 무려 3억3800회다. 주인공인 ‘보람튜브’는 한국 유튜브 채널 중 광고 수익 1위에 올랐다.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5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유례없는 비상 경영에 돌입한 지상파 방송사들에 이 여섯 살 유튜버의 광고 매출은 가히 충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진행돼온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방송 콘텐츠 제작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세계 미디어 시장은 진작부터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디즈니는 방송사 ABC, 스포츠채널 ESPN은 물론 3차원(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로 유명한 픽사, 마블코믹스, 루카스필름 등을 인수합병(M&A)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대표적인 영상물 배급사 21세기 폭스사를 713억달러(약 80조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올해 말부터 ‘디즈니플러스’라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개시할 예정이다.

‘왕좌의 게임’ ‘섹스 앤드 더 시티’로 유명한 AT&T의 워너미디어,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도 내년 초 새로운 OTT 출시를 선언했다.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60억달러(약 7조3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국내 OTT업계의 합종연횡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지상파 3사가 SK텔레콤과 함께 콘텐츠웨이브를 설립하고 ‘웨이브(WAVVE)’라고 이름 붙인 통합 OTT를 이달 18일부터 선보이게 된 것이다.

‘한국판 넷플릭스’ ‘토종 OTT’ 등의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웨이브는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동안의 콘텐츠 제작 환경과 나쁜 관행들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쪽대본’으로 상징되던 비체계적 제작 관행이 사전 제작, 시즌제, 오리지널 콘텐츠 등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겨졌던 제작 방식으로 정착할 수 있다.

당장 2000억원 이상을 제작비에 투자한다는 발표가 사실이라면 현재 한국의 예능, 드라마 등 K콘텐츠의 질적 완성도가 더욱 높아져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창구 역할도 할 것이다. 그야말로 ‘토종 연합 OTT’로 확대 발전할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거대 글로벌 OTT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올 한 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로 15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투자를 하는 넷플릭스, 이미 엄청난 규모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등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한마디로 중과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웨이브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갖춘 K콘텐츠의 ‘빅텐트’가 돼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방송영상콘텐츠를 제작·유통하면서 체득한 값진 경험을 담아 다양한 한국형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다양한 소재의 웹툰이나 웹소설부터 K팝까지 OTT 플랫폼의 특성에 최적화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정부의 OTT 육성 의지도 필요하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세제 지원 등 진흥에 대한 정책들도 균형 있게 제시돼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K콘텐츠산업 육성을 웨이브 같은 기업들에만 부담케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정상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5년이었다. ‘미디어 3차 빅뱅’으로 일컬어지는 대전환기에 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을 선언한 웨이브의 5년 후를 기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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