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작은 거인' 심권호 "클럽 문화 정착됐으면" (키스포츠페스티벌)

입력 2019-09-11 17:18   수정 2019-09-11 17:19


레슬링의 전설로 자리한 심권호는 독보적인 기술로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을 제패하며 세계 무대를 누빈 저력의 사나이다. 심권호에게 붙은 '작은 거인'이라는 수식어는 작은 체구가 그의 막강한 위력을 결코 막아설 수 없었음을 대변한다. 실로 그는 48kg, 54kg 두 체급에서 모두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인물이다. 여전히 레슬링은 자신의 '전부'라 말하는 심권호를 만나봤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마주한 심권호는 우리가 기억하는 매트 위 뜨겁고 강렬했던 눈빛과는 다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수 은퇴 이후의 근황을 묻자 그는 "몇년 간은 코치 생활을 했다. 태릉선수촌이나 훈련하는 협회 측에 들어가 코치를 하다가 미국에서도 4, 5개월 정도 지냈다. 현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본부에서 사회공헌분야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레슬링계에서 심권호는 '레전드'로 통한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1995년 프라하 세계선수권 금메달, 1995년·1996년 아시아 선수권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까지 품에 안으며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가 속한 48kg급이 폐지되면서 찾아온 체급 변경의 고비. 이 위기를 심권호는 기어코 기회로 바꾸는데 성공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심권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은퇴를 해야하나 고민도 많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내 "욕심이 아닌 도전 의식이 확 들더라. 그대로 무너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 체급을 마음대로 없앴으니 그 위로 올라가서 잡았다는 생각이었다. 내 키가 작던, 체격이 작던 끝내 덩치 큰 사람을 잡았을 때의 기쁨은 평상시보다 훨씬 크다. 운동이라는 게 목표하는 게 있고, 이를 포기하지 않아서 끝내 성취했을 때의 벅찬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며 웃었다.


심권호는 자신만이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을 이제는 하나씩 물려주고자 한다고. 후배가 운영하는 레슬링 체육관에서 일주일에 최소 두, 세번 정도 운동을 가르친다는 그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레슬링이지 않냐. 세계에서 알아주는 나만의 기술이 있다. 그동안은 이걸 나 혼자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조금씩 풀려고 하는 중이다. 그렇게 후배들에게는 재능 기부를 하는 거고, 또 사회공헌 쪽으로는 힘든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심권호는 '즐겁게' 하는 운동을 모토로 했다. 그는 "실력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계속 해보라고 한다"면서 "우리나라 학교 체육의 경우 너무 다그치고, 오랜 시간 훈련하는 방식으로 결국에는 실증이 나버리게 한다. 그래서 운동 생명이 짧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서 스스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훈련량을 무리하게 설정하기 보다는 그 사람에 맞게 하는 편이다"라고 털어놨다.

심권호는 많은 이들이 스포츠에 편하게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는 클럽 문화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운동 안에서는 모두가 다 평등하다. 정말 깔끔하고 좋다"라면서 "미국이나 유럽은 클럽 문화가 잘 되어 있어서 레슬링 같은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배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또 '이런 운동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특히 레슬링은 내 힘이 적용된 기술로 상대를 넘길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도 클럽 문화가 정착돼 가족이 같이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의 금메달리스트들이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심권호는 "우리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면서 "최근 '테니스 황제' 나달이 경기를 할 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응원을 하고 있지 않았냐. 같은 종목이 아니더라도 스포츠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운동을 하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얼마나 좋냐. 스포츠 스타를 활용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는 혼자할 수 있지만 이건 그럴 수 없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미에서 심권호는 '키스포츠페스티벌' 역시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위한 하나의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천천히 커지면 된다. 한번에 확 바뀐다고는 생각 안 한다"면서도 "이런 페스티벌 개최가 발판이 되는 거다. 혼자서만 살 수 있는 종목은 없다. 스포츠는 한 종목을 좋아하면 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합하는 사람은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현장에 오신 분들은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시합을 즐길 수 있다. 경기를 보면서도 기술적인 부분을 유심히 보면서 해당 종목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기술적인 걸 자세히 보면 분명 재밌는 게 많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심권호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의 매력을 경험해보길 바랐다. 그는 "TV에서 보는 것보다 바로 앞에서 보는 게 제일 재밌다. TV 화면은 작은데 현장에서는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다. 호흡 소리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대화까지 모든 디테일한 걸 접할 수 있다"라며 밝게 웃었다. 또 스포츠를 통한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심권호는 "스포츠를 보면서 말을 많이 섞지 않냐. 가족, 친구, 동료들끼리 모여 누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서로 대화하게 만드는 것 또한 스포츠의 좋은 기능 중 하나다"라고 했다.

키스포츠페스티벌은 오는 9월 28, 29일 양일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된다. 한경닷컴과 키스포츠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키스포츠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주식회사 고마오가 공동 주관한다.

미식축구, 크로스핏, 폴 댄스, 팔씨름 등 8개의 스포츠 경기에 17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며, 스포츠 경기 외에도 엑스포, 컨퍼런스, 부대행사 등이 마련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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