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이런 춤추는 사람들을 작품의 모티프로 즐겨 사용했다. 프랑스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도 여러 사람이 춤추는 모습을 자주 그렸다. 1910년 완성한 ‘춤Ⅱ’는 벌거벗은 다섯 명의 남녀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추는 동작을 잡아낸 명작이다. 원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마냥 행복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강강술래를 연상시킨다. 러시아 상인이자 남작이었던 세르게이 시추킨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이 그림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헤리티지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마티스는 춤추는 사람들을 단조로운 붉은색 계열로 묘사해 푸른 하늘, 녹색 언덕과의 합일을 꿈꿨다. 캔버스에 넓게 펼쳐진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는 둥근 모양의 리드미컬한 선율이 돋보이고, 쫙 뻗은 두 사람의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지점에서는 역동적인 긴장을 느낄 수 있다. 3차원 원근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원색의 잠재적 표현력에 집중한 이 그림은 20세기 표현주의와 추상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춤은 삶이요, 리듬”이라고 말했던 마티스가 추구한 지상 낙원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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