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는 이날 오전 10시10분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상고심 선고기일을 연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비서 김지은 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5차례에 걸쳐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1회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믿기 어렵고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없었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김씨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났으며 사회 경험도 상당한 사람"이라며 "김씨가 직장 내에서의 고용 안정 등의 면에서 취약했다고 봐도 안 전 지사가 김씨를 길들이거나 압박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인 태도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라며 "김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고 봤다.
또 2심은 "안 전 지사는 피해자가 자신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그 둘 사이의 내부사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면서 "안 전 지사가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으며 그는 법정 구속됐다.
이처럼 각각 무죄와 실형으로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만큼, 대법원이 김씨의 진술 신빙성과 업무상 위력의 존재 여부 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안 전 지사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판단 근거로 활용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성인지 감수성은 사회구조에서 남녀가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만큼, 성별에 따른 차별을 인지하는 감수성을 뜻한다.
2심은 "법원은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며 "개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 증명력을 배척하는 건 정의 형평에 입각한 논리적 판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안 전 지사의 상고심을 맡은 주심을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에서 2부로 변경했다. 주심이었던 권 대법관이 충남 논산 출신으로 안 전 지사와 지인관계가 확인돼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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