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은 열정이 분명히 뜨겁고 거침없는데 그 색을 빨갛다고 한정할 수는 없다. 지닌 목표가 더없이 맑고 깨끗한데 이를 푸르다고만 정의할 수도 없다. K록의 대표주자를 꿈꾸며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 밴드 아이즈(IZ)의 이야기다. 변화를 쫓기보다는 자신들만의 길을 가겠다는 당찬 포부에서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즈는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닷컴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싱글 2집 앨범 '프롬아이즈(FROM:IZ)'에 대한 이야기부터 추석 계획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평소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록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즈는 이날 화사한 한복을 입고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한복을 입었다는 이들은 "추석은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날이니 우리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들을 만나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소소한 계획을 전했다.
그러면서 각자 "아이즈가 조금 더 잘 됐으면 좋겠다"(우수), "멤버 모두가 건강하게 활동을 잘 마쳤으면 좋겠다"(현준), "1년에 1컴백이었는데 이제는 두 번, 세 번 컴백하는 아이즈가 됐으면 한다"(지후), "올해 앨범을 하나 더 냈으면 한다"(준영) 라며 추석 보름달에 빌고 싶은 소원들을 쏟아냈다.
밝고 기운찬 악기 사운드가 모여 하나의 강렬한 음악이 만들어지듯, 멤버들의 순수하고 당찬 에너지가 비로소 팀 아이즈를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는 이들의 진솔한 목표는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핵심이었다.
지난달 싱글 2집 '프롬 아이즈'로 컴백해 '너와의 추억은 항상 여름 같아'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즈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앞선 '에덴' 활동에서 강렬한 록 느낌을 많이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계절감에 맞춰 록 사운드에 청량한 느낌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성장의 한 예로, 리더 현준의 자작곡이 처음으로 앨범에 실렸다. 이에 대해 지후는 "멤버의 곡이 수록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면서 "자작곡은 팀의 색을 더 잘 표현하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음악 작업을 통해서 우리의 음악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즈는 유독 활동에 대한 갈증이 컸다. 지난 2017~2018년 2년 동안 1년에 한번 꼴로 앨범이 나온 탓이다. 그리고 또 1년이 넘는 공백기를 겪었다. 신인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상황. 이에 대해 지후는 "공백기 동안 연습에도 매진하고, 녹음도 많이 하고, 또 외국어 공부도 했지만 그 시간들이 빨리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겐 정말 길었다. 무대에 대한 갈증이 크다"라면서 "1년에 1컴백을 했었는데 이제는 자주 팬분들을 찾아뵙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공백기를 깨고 지난 5월 싱글 앨범 '리:아이즈(RE:IZ)'를 발매한 아이즈는 그로부터 3개월 뒤 두 번째 싱글 '프롬:아이즈'까지 내며 초고속 컴백을 이뤄냈다. 무대가 그리웠던 이들에게는 행복이었다. 현준은 "밴드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무대가 한정적이다 보니 우리의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최대한 자주 컴백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고, 또 공연을 통해서 무궁무진한 밴드로서의 역량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항상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도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우수는 "어느덧 데뷔 2주년이 됐더라. 팬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다. 우리는 밴드이다 보니 음악방송에서도 무대가 금방 끝난다. 그 잠깐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K팝 내에서 아이즈의 색깔은 뚜렷하다. 대중들이 쉽게 선호할 수 있는, 익숙한 패턴을 쫓기보다는 조금은 거칠고 센 음악이 주를 이룬다. '정통밴드'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설정한 게 그 이유다. 현준은 "밴드의 스타일도 다양한데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분위기를 꼭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센 느낌의 록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해 나가고 싶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준영은 "K록 하면 아이즈, 아이즈 하면 K록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록 밴드라는 큰 틀 안에서 그간 보여온 변화 역시 자신들의 색깔을 찾기 위함이었다고. 현준은 "데뷔 때는 하이틴 밴드의 느낌이 있었고, '에덴' 활동 당시에는 강렬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청량한 느낌을 줬는데 변화를 염두에 두고 그것들을 쫓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우리들의 색을 잘 몰랐다. 물론 지금도 색을 찾고 있는 과정이긴 하지만 이제는 변화를 하자는 마음보다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서 K록 하면 떠오를 수 있는 팀이 되도록 성장하자는 생각이다. 계속해 우리만의 색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K팝 시장에서는 잔나비, 엔플라잉, 데이식스 등 수많은 밴드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길을 차분히 걸어가고 있는 아이즈는 여러 밴드들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면서 기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는 것. 아이즈는 "밴드끼리는 경쟁보다는 서로 함께 즐긴다는 의미가 맞는 것 같다. 최근에 '케이월드페스타'에서 W24, 로맨틱 펀치 등과 무대를 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 꿈꿔오던 무대에 올라서 밴드끼리 합동 무대를 하니까 벅찼다"고 회상했다.
물론 가장 소중한 것은 아이즈라는 팀을 탄탄하게 지탱하는 멤버들이었다. 이제는 눈만 봐도 각자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다는 이들은 컴백 전부터 무려 3년 넘게 함께 숙소 생활을 해 온 서로를 '가족'이라고 말했다. 우수는 "숙소가 조용한 편이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던 단체 생활도 결국 함께 하면서 맞춰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단합을 다지는 시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게 밴드를 함께 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어떤 밴드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아이즈는 자신들의 음악을 닮아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대답을 내놨다. "가식 없이 솔직한 그룹이 될 거예요.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앞과 뒤가 다르게 행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밴드 아이즈가 되겠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