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노조 파업으로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립암센터의 이은숙 원장이 환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노조 측은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방사선 치료실에 파업 인력의 일부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10일 오전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로 이중으로 고통받는 암환자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발표했다. 그는 "시간외 수당 별도로 인정받는 부분은 끝까지 노력해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직원들도 암환자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했다.
국립암센터 노조는 지난 5일 밤 최종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6일 오전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 분야는 필수유지업무 범위로 인정받지 못해 주기적으로 항암 주사를 맞고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환자 불편이 계속되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노조도 움직였다. 노조 측은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9일 오후 늦게 양성자치료센터 내 엑스레이 치료 인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이번 파업은 임금협상안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됐다. 올해 6월 협상을 시작한 노사 양측은 11차례 단체교섭과 두 차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과정을 거쳤다. 협상 초기 6%대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노조 측은 "기본급 1.8% 인상에 시간외수당과 위험 수당을 별도로 책정하라"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3.3% 정도 임금이 오른다.
하지만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1.8%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올해 인건비 지출 예산은 지난해의 1.8%로 이미 정해져 있어 수당을 별도로 계산해 인건비 지출을 늘리면 그만큼 내년도 인건비 예산이 깎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노사협의 재개와 함께 정부를 설득할 계획이다. 그는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인건비 상향이 불가하기에 노조와의 임금협상조정안에 합의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제반사정을 정부에 호소했고 올해 문제가 되는 시간외수당을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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