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조합은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물량인 일반분양분 수익에 의존해 사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분양 가격이 낮아지면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부 강남권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 가구를 없애는 1 대 1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것도 공급 부족 원인이 될 전망이다.
“공급 부족 유발”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분양 수입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지만 분양가가 제한되면서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적용받는 터라 더욱 그렇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공사에 3~4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22년부터 서울 도심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1 대 1 재건축으로 돌아서는 단지도 속속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1 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을 하지 않거나 극소량만 하는 재건축 방식이다. 깎일 수익이 없는 만큼 상한제의 영향도 적다. 하지만 그만큼 새 아파트 공급량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원주민의 자금력이 탄탄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층 단지 등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높게 평가됐던 곳들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국토교통부는 상한제 적용 기준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종전 시행령의 상한제 적용 기준(관리처분계획인가 미신청)을 피했더라도 바뀐 법대로 다시 분양가 규제를 받아야 한다.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강남권 단지가 대거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서울 강남권에선 둔촌주공과 개포주공1단지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분양 비중이 높아 사업비 손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중소규모단지 재건축사업 등은 오히려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분양분이 적어 상한제 영향이 미치지 않아서다. 상한제는 일반분양이 30가구를 넘는 주택이 대상이다. 이 대표는 “리모델링의 경우 수직증축을 통해 20가구 안팎으로 일반분양을 맞추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같은 정비사업 방식이 아무리 활성화되더라도 전체 주택 공급량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집값 양극화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양극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10주째 상승했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최근엔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위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며 “정부 기대와 달리 일부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흐름을 보면 앞으로도 신축을 중심으로 강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지방 부동산시장은 더욱 위축되거나 하락 반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학렬 소장은 “상한제로 서울 집값이 더욱 자극받으면 수익을 좇는 투자자 또한 서울로 몰릴 것”이라며 “이들이 빠져나간 일부 지방 도시는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공급이 줄어드는 와중에 청약대기 수요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당시 2.74%였던 전국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2년 뒤 4.27%로 높아졌다. 2011년엔 15.38%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 수요가 대기하면서 전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하반기까지 입주 물량이 많은 지방 전셋값이 내리겠지만 서울에선 정반대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형진/최진석/구민기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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