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복판인 종로가 주거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종로는 청와대를 품고 있다보니 전통적으로 '정치 일번지'로 불리는 등 정치의 중심지로 불려왔다. 주거지로서는 공무원들이나 관공서 종사자들이 가까운 이유로 선호할 뿐이었다. 종로구의 인구는 약 15만명으로 강남구가 55만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종로에 새 아파트나 주거시설이 들어서면서 선호 주거지로 탈바꿈 하고 있다. 이른바 4대문으로 불리는 종로 일대는 업무지구와 가까운데다 학교, 관공서, 병원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졌다. 경희궁, 덕수궁 등을 비롯한 공원이나 휴식공간도 강점이다. 교통망도 사방으로 뻗어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서울 종로구의 대표 아파트가 된 '경희궁자이'는 매매가가 15억원을 무난히 넘기고 있다. 지난달 2단지 전용 84㎡는 1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7월에도 15억3000만원에 매매되는 등 3.3㎡당 4500만원을 웃돌고 있다. 2017년 준공된 경희궁 자이는 시내권에서는 드문 2415가구의 대단지다. 분양가는 8억원 정도였으며, 지난해 16억원 거래됐다가 약보합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 반등세를 탔다.
#지난달 헐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서울 시내 아파트를 전세로 구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들인 매덕스가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언더우드학부(생명과학공학 전공)에 입학하면서 한국 거주지로 종로구 사직동에 '광화문 풍림 스페이스본'을 선택했다. 광화문 풍림 스페이스본은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다. 아파트는 2개 단지로 조성됐다. 1단지는 2008년 7월 준공된 657가구로 공급면적 기준으로 81~912㎡다. 2단지는 87가구로 다소 적은데, 165~202㎡의 대형으로만 이뤄졌다. 1단지의 매매가는 9억5000만~16억원에 분포됐다. 전세가는 7억~10억5000만원 정도다.
종로가 이처럼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주거지로 적합한 땅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고궁을 비롯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시설이 많고, 중심업무지구다보니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러한 와중에 10년 넘게 종로에서 방치되고 있는 건물이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신문로2가 일대에 LG광화문 빌딩 뒷편이자 주한미국대사관저와 맞닿은 곳에 짓고 있었던 '베르시움'이다. 이 건물은 1993년 사업계획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사업자 변경과 부진한 분양, 법정다툼 등으로 방치됐던 건물이다. 골조가 올라가다 만 채로 시내 한복판에 버려지다시피했던 이 건물은 새로운 시행사를 만나 보강공사를 거쳐 분양을 시작했다. 새로 분양되는 이름은 '덕수궁 디팰리스'다.
덕수궁 디팰리스는 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으로 구성된다. 아파트는 전용면적 118~234㎡의 58가구이며,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0~128㎡의 170실이다. 사업시행 인가를 일찌감치 받아놓은 단지다보니 공급 형태가 다소 다르다. 입주자 모집공고 없이 별도로 청약접수자를 받는다. 개별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받고 당첨자는 오는 16일 발표된다. 분양가는 아파트가 3.3㎡당 5500만원대, 오피스텔은 2200만원대다.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정부의 청약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만 19세 이상, 거주지역 및 청약통장 가입여부와 무관하게 청약 신청을 할 수 있다. 청약군은 총 5개군으로 나뉘어졌다. 1군 스튜디오(STUDIO) 타입 18실로 이른바 원룸형태다. 분양가는 5억1500만~6억2400만원이다.
2군은 1베드(1BED)라고 불리는데 45실이다. 흔히 1.5룸으로 이해하면 되는 타입이다. 분양가는 8억2300만~11억200만원이다. 3군 2베드(2BED)로 방이 2개 있는 타입으로 70실을 차지한다. 분양가는 11억6100만~15억9800만원이다.
4군 또한 2베드(2BED)로 13실이며 분양가는 10억3400만~ 12억8400만원이다. 5군은 방이 3곳으로 3베드(3BED)타입이다. 일반적인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12실이다. 분양가는 17억9500만~25억5700만원이다. 계약금은 10%, 중도금은 20%로 가벼운 대신 잔금은 70%에 해당한다. 이미 짓고 있는 건물이다보니 입주가 내년 8월이다. 준공까지 1년도 남지 않다보니 분양가를 대부분 잔금으로 돌려 입주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덕수궁 디팰리스의 바로 옆은 왕의 어진을 모시던 선원전이 있어 영구적인 궁궐조망이 가능하다. 단지 옆에는 고급주택인 ‘상림원’이, 단지 뒤편에는 옛 러시아 공사관과 정동공원이 있는 역사적 자리이기도 하다. 호실에 따라 경희궁과 덕수궁 고궁조망이 가능하다. 덕수초교, 창덕여중, 이화여고, 이화여자외고 등과도 가깝다.
분양 관계자는 "입지만큼이나 내부나 인테리어 자재들도 고급주택으로 조성하고 있다"며 "입주민들은 예약, 안내, 유지운영 관련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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