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빨래하는 호텔이 뜬다

입력 2019-09-12 07:00   수정 2019-09-12 09:03


국내 호텔은 과거 비슷비슷했다. 커다란 로비, 값비싼 레스토랑, 카페트가 깔린 객실 등은 전형적인 호텔의 생김새다. ‘호텔 다운 호텔’을 다들 추구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남과 달라야 호텔도 살아 남는다. 국내에도 워낙 호텔이 많이 생긴 영향이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은 소비자들 눈높이도 높다. 웬만한 호텔에는 크게 ‘감동’하지 않는다. 호텔이 제각각 차별화를 꾀하는 이유다.

요즘엔 ‘레지던스형’ 호텔이 주목을 끌고 있다. 호텔방에서 밥 해먹고 빨래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는 2021년 서울 잠실에 소피텔 호텔&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열 예정이다. 소피텔은 아코르의 럭셔리 등급 호텔 브랜드다. 아코르의 또 다른 브랜드 노보텔보다 한 단계 위다.

이런 럭셔리 브랜드가 레지던스형 호텔을 여는 건 드문 일이다. 아코르는 소피텔을 국내에 처음 들여 오면서 소피텔로서는 처음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시도하기로 했다. 아파트 같은 숙소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서비스는 호텔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빈센트 르레이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부사장은 “서울에서 소피텔 브랜드가 지닌 프랑스 디자인, 음식, 예술, 문화, 웰빙에 대한 열정을 고객과 함께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아코르는 서울 용산에서도 2017년 레지던스 호텔을 선보인 바 있다. 아코르 4개 브랜드가 함께 있는 호텔 콤플렉스 용산 드래곤시티 내 ‘그랜드머큐어’다. 이 곳은 과거 유명 래퍼 도끼가 숙소로 활용, ‘도끼 호텔’로도 불렸던 곳이다. 도끼가 이 곳을 집처럼 쓸 수 있었던 것도 객실 안에 주방과 세탁기, 건조기 등을 갖춰 놓았기 때문이다. 그랜드머큐어는 가격이 일반 호텔에 비해 50% 가량 비싼데도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호캉스족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레지던스 호텔은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 남대문과 서소문로 등에 있는 ‘프레이저 팰리스’, 광화문 인근 ‘서머셋 팰리스’ 등이 대표적인 레지던스다. 하지만 이들 레지던스는 요즘 생기고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호텔과는 다소 다르다. 호텔 서비스 보다는 ‘거주’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호텔의 ‘풀 서비스’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는다.

호텔업계는 향후 레지던스 호텔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호텔의 역할이 날로 다양해지기 있어서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 경제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호텔이 변신을 해야 한다”며 “소비자 수요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위해 각 호텔들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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