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의 부활

입력 2019-09-11 15:39   수정 2019-09-12 00:25


그동안 매매가격 상승에서 소외됐던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주요 지역 주상복합단지들이 잇달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주상복합이 주변 단지와 갭 메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주상복합 줄줄이 신고가

1세대 주상복합 대장주인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는 최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전용 137㎡(8층) 매물은 지난달 초 24억원에 팔렸다. 같은 주택형 24층은 지난 7월 2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도곡동 H공인 관계자는 “주변 일반 구축 아파트가 크게 오르니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자들이 주상복합아파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입주 17년차를 맞은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전용 138㎡(41층)는 7월 16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주택형은 1월 15억원(45층)에 거래됐다. 6개월 새 1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현재 매도 호가는 18억원대 중후반이다.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164㎡는 23억원에 나왔다. 4월 말 거래가(18억1500만원) 대비 4억8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서초동 동일하이빌 주상복합 전용 100㎡는 6월 말 12억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현재 13억원을 호가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일반 아파트 가격이 뛸 동안 주상복합 단지가 상대적으로 못 오르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여기에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마저 줄 것으로 예상되자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이 변수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주상복합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13.99% 뛰면서 2006년(14.77%) 후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 주상복합단지들이 상승세를 보인 까닭은 갭 메우기라는 분석이다. 타워팰리스 인근 13년 된 아파트인 대치아이파크 전용 119㎡ 거래가는 지난해 7월 22억8000만원(16층)에서 올 7월 말 27억원(13층)으로 뛰었다. 지난해 8월 22억원(41층)에 거래됐던 타워팰리스1차 137㎡는 뒤늦게 상승세를 타면서 24억원을 찍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로 주택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집값 상승세가 주상복합으로도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의 가격 오름세를 두고 부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세대 주상복합은 대형 면적으로 구성돼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과열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똘똘한 한 채에 해당하는 입지 좋은 곳의 대형 면적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주상복합단지는 우수한 입지와 학군, 부촌 이미지를 모두 갖췄다. 생활편의시설과 편리한 교통 등이 부각되는 여의도와 학원가가 밀집한 목동 등의 주상복합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여의도동 롯데캐슬아이비 전용 113㎡는 7월 12억7000만원(23층)에 거래되며 1년 새 2억원가량 올랐다. 16년차 목동 현대하이페리온은 올해 7월에 종전 최고 거래 가격을 갈아치웠다. 전용 151㎡가 지난해 8월 17억원(39층)에서 올 7월 18억4500만원(26층)으로 올랐다.

2000년대 초·중반 준공된 1세대 주상복합단지에서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는 점도 주상복합에 대한 투자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타워팰리스에선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건축연도가 2003~2005년 사이인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문래동 메가트리움, 서초동 파라곤 등도 리모델링 사업가능 연한인 준공 15년을 채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을 틀어막으면서 리모델링 이슈가 나오고 있다”며 “일반 아파트에 비해 리모델링에 유리한 주상복합이 다시 조명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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