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OECD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 경기선행지수(CLI)는 98.79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떨어졌다. 2017년 5월 101.70을 정점으로 26개월째 감소세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1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부터 2001년 4월까지 20개월 연속 하락이다. 지수 수준은 2012년 4월(98.78) 이후 7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코스피지수, 장단기 금리차 등을 바탕으로 산출하며 10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을 뜻한다.
OECD 회원국들도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하락 속도는 특히 두드러진다. OECD 회원국 평균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5월 100.38에서 올 7월 99.0으로 약 1.4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 같은 기간 2.9포인트 하락해 OECD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국내 지표 역시 경기 하강을 가리키고 있다.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 97.6으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다가 올 4월 0.1포인트 반짝 상승했지만 다음달부터 다시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7월 기준 98.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음주 가장 최근 경기 정·저점을 판단한다. 통계청은 오는 20일 다음달 중순 국가통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를 열어 경기 기준순환일을 결정할 예정이다. 경기 정점은 2017년 9월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순환기는 저점→정점→저점을 한 주기로 한다. 한국 경제는 현재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수출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10억1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 증가했다. 다만 이 기간 조업일수가 7.5일로 작년에 비해 0.5일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0.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보통 명절 연휴 직전에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월말까지 증가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9월 전체 수출은 마이너스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105.6%), 승용차(20.7%), 가전제품(50.5%) 등은 증가폭이 컸지만 반도체(-33.3%), 석유제품(-3.7%), 액정디바이스(-56.1%)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 미국(19.2%), 베트남(21.7%), 유럽연합(EU·36.9%) 등이 증가했고 일본도 15.2% 늘었다. 중국(-14.5%), 홍콩(-42.7%), 대만(-32.0%) 등에 대한 수출은 줄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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