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사진) 총재는 12일(현지시간) “ECB의 경기부양책은 유럽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CB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직후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려 한다”고 밝힌 데 대해 공식 반박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밝혔다. 그는 “ECB는 주요 국가 간 합의에 따라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국가도 같은 방침을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현행 연 -0.4%에서 -0.5%로 10bp(1bp=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예금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되는 금리다. ECB가 금리를 내린 것은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현행 연 0%, 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ECB는 오는 11월부터 월 2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ECB는 유로존이 경기침체를 겪자 2015년 3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난해 말 종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CB의 경기부양책 발표 직후 트위터에 “ECB는 매우 강한 달러에 대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 수출에 타격을 주려고 시도하고 있고, 성공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은 ECB가 움직이는 동안 앉고 또 앉아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며 연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드라기 총재와 유로화 환율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드라기 총재가 양적완화를 시사하자 “환율조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드라기 총재는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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