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요금수납원 노동자 250여명은 닷새째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 이들은 추석 당일 아침 직접 고용을 기원하는 합동 차례도 농성 중인 본관 로비에서 지낼 예정이다. 10m 높이 서울톨게이트 고공 농성장엔 15명의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이 76일째 남아있다.
앞서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를 대상으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을 내린 셈인데 요금수납원들이 여전히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까지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고용 대상 인원부터 노사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 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최대 499명이다.
대법원 판결로 공사 직원 지위가 회복된 수납원은 745명이다. 도로공사는 이 중 자회사 전환 동의자 등을 제외한 인원을 상대로만 고용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나머지 요금수납원 노동자다. 전체 6500여명의 요금수납원 중 5000여명은 자회사로 옮겨졌고,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인원은 약 1500명에 달한다.
도로공사는 현재 1·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 1116명에 대해서는 끝까지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도로공사의 주장이야말로 오히려 '해사 행위'에 가깝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소송을 제기한 시점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을 다루는 재판이고, 이미 대법원 판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하급심 역시 도로공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하급심 대상자들도 직접 고용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노동자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며 사측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 고용을 약속한 대상에 대한 고용방식과 업무 역시 노사의 생각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지난 9일 "업무 부여는 공사의 재량 사항"이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직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는 인정하지만, 수납업무는 자회사가 전담케 한 방침은 그대로 확고 부동하게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요금 수납 업무를 포기하고 도로공사 직원이 되거나, 도로공사 고용을 포기하고 자회사로 옮겨 기존 업무를 계속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
또 이 사장은 "회사 사정에 따라 본인이 원치 않은 곳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조는 노조 파괴 수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회사와 본사를 선택하는 인력 배치는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에게 익숙치 않은 업무를 맡겨 저성과자로 분류하거나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내는 것은 노조 탄압행위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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