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도 추석인 중추절(中秋節) 연휴를 맞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한 이후 시위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민들은 전날 밤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빅토리아피크와 라이온록에 올랐다. 시위대는 이 곳에서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든 후 전등과 레이저 포인터를 비췄다. 또 최근 홍콩 저항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등을 불렀다.
홍콩 시민들은 낮에도 도심인 차터가든 등지에 수백 명씩 모여 플래시몹 형태의 짧은 시위를 벌이고 해산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14일엔 웡타이신, 사이완호 등 시내 곳곳의 거점에 모여 집회를 하고 다시 홍콩국제공항 마비 시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15일엔 2주에 걸친 대학생들의 동맹휴학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폭력사태 등을 우려해 이날 도심 집회를 불허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여부에 따라 15주째를 맞은 홍콩 시위 사태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경찰이 시위와 행진을 금지한 건 지난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시위대는 종교집회로 형식을 바꿔 최소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서는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어 이달 1~2일 이틀간 공항 점거, 2~3일엔 총파업과 동맹휴학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날 집회는 최근 홍콩 정부가 대규모 반정부·반중 시위를 촉발하게 된 송환법 철폐를 선언하면서 시위대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중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인 10월1일 전에 홍콩 사태를 마무리짓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총동원하고 있다. 송환법 철회로 홍콩 시위를 진압할 명분을 얻게 되면서 폭력 시위 주도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동시에 홍콩의 일반 시민과 학생 등 중도층과 온건파 시위대에 대해선 질서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이달 내 홍콩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방침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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