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법률상 동일한 '자동차대여사업자'
자동차를 돈 받고 빌려주는 것을 흔히 '렌탈(Rental)'이라고 한다. 렌터카 사업은 '자동차'라는 물건을 렌탈사업자가 제조사로부터 구입한 후 일정 기간 제3자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비즈니스다. 물론 빌려주는 방식에 따라 '자동차'라는 물건을 빌려주면 렌탈사업, 즉 자동차 대여사업이고, 자동차를 '돈' 대신 빌려주면 금융업법에 포함되는 금융리스사업자다. 사용자 입장에선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빌려 타는 것이지만 빌리는 것을 '자동차'로 보느냐, 아니면 '금전'으로 분류하는 것의 차이일 뿐 '임대'라는 본질은 같다.
물론 '자동차'를 빌릴 때 이용자는 시간을 정할 수 있다. 1개월이 될 수도 있고, 5년이 될 수도 있다. 단기 또는 장기로 부르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용자는 잠깐의 필요에 따라 빌릴 수도 있는 만큼 10분을 빌릴 수도 있고, 30분을 임대할 수도 있다. 그래서 10분이든 30분이든 시간과 관계 없이 빌려주는 사업자는 모두 대여사업으로 간주한다. 이런 차를 분류하기 위해 '하, 허, 호' 번호판을 활용한다.
그런데 최소 10~30분 단위로 빌려주는 대여사업자가 등장하며 스스로를 '카셰어링'이라고 부른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린카, 쏘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장기 렌터카 사업과 차별화된다는 점을 들어 '카셰어링'을 내세운다. 본질은 여객운수사업법이 규정한 자동차대여사업이지만 앱을 통해 짧은 시간 편리하게 빌릴 수 있음을 앞세워 마치 4차 산업혁명의 최전방에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될 때마다 이른바 공유(Sharing)가 주목 받으니 그 앞에 '자동차(Car)'를 붙여 마치 새로운 미래 사업을 개척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렌터카의 다른 이름이 카세어링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럼 10~30분을 넘어 6~24시간, 1~30일, 1~3년 등의 기간을 빌려 타거나 빌려주는 사업은 카셰어링(Car Sharing)이 아닐까? 반대로 '빌려 타는' 방식의 사업은 동일하지만 이용 시간이 1시간 미만일 경우에만 '카셰어링'일까? 법적으로는 모두 자동차대여사업자인데 하나는 카셰어링, 다른 하나는 그냥 렌터카사업으로 불러야 할까?
물론 '카셰어링'은 법률로 규정된 용어가 아니다. 말 그대로 '자동차를 나눠 이용한다'는 의미로 사업 방식을 표현하는 단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카셰어링'이라 언급되면 모빌리티 부문에서 마치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개척자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반면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 렌탈'은 정체된 기업 또는 사업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국내 대형 렌터카 사업자인 롯데렌터카, AJ렌터카 등도 롯데 카셰어링, AJ 카셰어링 등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목소리도 들어본 적도 있다. 어찌됐든 '자동차 공유=4차 산업'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어도 '용어'는 '어드밴스(advanced)'로 통용되니 그렇게 가야 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앱을 통해 필요한 장소에서 대여 또는 반납을 하고, 비용은 앱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자동차 렌탈’이라는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최근 스스로를 '카셰어링'이라 부르는 쏘카가 흥미로운 얘기를 내놨다. 차를 빌려 장거리 운행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임에도 편리성과 합리성 측면에서 해당 기업의 렌터카를 빌려 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점에 비춰 "카셰어링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장거리 운행이 늘었다"고 해석했다. 장거리 렌탈을 굳이 '카셰어링'이라고 언급까지 해가며 40대 이상의 소비자가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난 점도 강조했다. 이미 자동차를 많이 보유한 40대가 잠깐 차를 빌려 장거리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로 설명한 대목이 흥미롭다. 여러 내용 중에 가장 시선을 끄는 항목은 자가용보다 합리적인 비용의 이용 요금이다. 연료비는 같아도 보험료, 주차비 등의 부수적인 지출이 필요 없었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일반 렌터카보다 저렴하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어차피 빌리는데 가격이 저렴하니 기존 렌탈 또는 택시 수요가 초단기 렌탈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특히 40대 이상이 자동차를 보유했음에도 굳이 자신의 차를 주차장에 놔두고 짧은 기간 차를 빌려 장거리를 가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운전의 피로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피로도를 높이는 운전 욕구는 떨어지되 이동은 편리해지려는 욕구는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는 초고속 교통망을 활용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빌리는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더욱이 해당 시장을 겨냥한 할인 상품이 많아졌고, 40대 이상에 어울리는 중대형 렌터카가 늘어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빌릴 수 있는 차가 경차와 소형차에서 중대형으로 확대되니 40대 이상도 손쉽게 이용한다는 시각이다.
그러자 지역별로 초단기 렌탈사업자도 많아지면서 국내 렌탈 시장도 이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형평성 문제가 떠오르는 중이다. 초단기로 시작했던 렌터카 사업자가 '카셰어링'을 수식어로 내세우며 시장이 커지자 관련 스타트업들의 공영 주차장 차고지 제공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초단기 렌탈 시장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치단체들의 공영 주차장 제공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공영 주차장이 '카셰어링'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렌터카기업의 차고지로 활용된다는 것 자체가 '특혜'라는 목소리다. 이들 또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기존 렌터카 사업과 다를 바 없는 데다 같은 사업을 하려는 후발 기업은 공영 주차장이 제공되지 않아서다. 게다가 동일한 렌터카 사업자임에도 단순히 수식어로 '카셰어링'을 쓰는 곳은 공영 주차장을 차고지로 쓰고, 그렇지 않은 곳은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는 공정치 못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에 따라 모든 렌터카 사업자에게 모든 자치단체가 공영 주차장을 차고지로 내어주는 것도 문제다. 이는 결국 시민들의 또 다른 불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집에 두고 렌터카를 이용하라는 것이고, 그래야 도심의 정체가 줄어든다는 차원이지만 반대로 보면 자가용을 아파트에 세워둔 채 도심의 초단기 렌터카만 늘어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들이 도심 정체를 일으키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도심 내 초단기 렌터카의 증대가 자가용 운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렌터카는 오로지 이용의 측면이지만 자가용은 이용과 소유의 측면이 모두 적용되기 때문이다. 초단기 렌터카 확대가 소유된 자가용의 이용을 낮춘다고? 오히려 자가용이 필요에 따라 '이용'에 나서면 도심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그것도 소유를 장려하는 국내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박재용 자동차칼럼니스트(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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