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2차 대전 직전과 닮은 세계경제…한국 앞날은?

입력 2019-09-15 12:31   수정 2019-09-16 02:45

최근 들어 ‘세계 대전’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시기적으로 2차 대전이 발생한 지 꼭 80주년이 됐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경제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안 좋다고 진단했다. 한발 더 나아가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2차 대전 직전 상황과 흡사하다고 우려했다.

2차 대전 직전 상황을 보면 세계 경제 패권이 ‘팍스 브리타니아’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각국의 보호주의 물결은 ‘스무트-홀리법’으로 상징되듯 극에 달했다.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으로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해당하는 자국통화 평가절하도 서슴없이 단행했다.

경제 외적으로는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로 대변되는 극우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렸다. 각국이 분열할 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국제연맹은 무력화됐다. 전례 없는 대공황을 겪었던 세계 경제는 새롭게 탄생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총수요 처방책에 의해 어렵게 탈출했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세계 경제는 중국의 부상이 이렇게 빠를 줄 아무도 몰랐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가는 ‘차이메리카(Chimerica: China+America)’ 시대가 아무리 빨라도 2020년이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보다 5년 이상 앞당겨 미국과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체제를 구축해 2차 대전 이후 지속돼온 미국 독주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뛰어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세력 확장 과정에서 중국의 ‘베이징 컨센서스’와 미국의 ‘워싱턴 컨센서스’ 간 충돌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더 심해졌다.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시기를 자신의 집권 기간으로 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집중 견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범 초부터 보복관세 부과, 첨단기술 견제, 환율조작국 지정 등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하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보호주의 지수(1-자유무역지수)로 보면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국통화 평가절하는 1930년대와 비유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달러 약세를 외치고 있다. 시 주석은 넘지 말아야 할 포치(破七), 즉 ‘1달러=7위안’ 돌파를 용인했다.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가 발권력을 동원해 엔저 정책을 추진한 지 7년이 넘었다. 유로화 가치도 유로랜드 출범 이후 20년 만에 달러화와 등가 수준(1유로=1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각국의 환율전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앙은행(Fed)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내리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뜨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긴급 유동성 공급도 부족해 기준금리까지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때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극우주의 세력도 갈수록 힘을 얻는 추세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랜드의 우량 핵심 회원국(good apples)에선 제1야당 지위까지 올랐다.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는 집권에 성공했다. 일본은 군사력을 ‘방어적’ 목적을 넘어 ‘공격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넘볼 정도로 극우주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절실한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조정자 역할은 종전만 못하다. WTO는 ‘무용론 혹은 해체론’, IMF는 ‘파산설 혹은 구제금융설’까지 나돌 정도다. 국제규범의 이행력과 구속력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약하다.

세계 경기도 심상치 않다. ‘전후 최장의 성장’이라는 타이틀이 붙긴 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직전의 전후 성장국면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 내 혹은 기업 간 무역’으로 각국이 글로벌 가치사슬로 연결돼 중심국에서 경기가 둔화되면 순차적으로 성장률 하락폭이 더 커지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우려된다.

성장 동인도 양적완화에 따른 ‘부(富)의 효과’가 주요인인 점을 감안하면 지속성장 가능성은 적은 대신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졌다. 저금리 정책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나 중국과 같은 국가는 ‘빚의 복수’가 시작되고 있다. ‘3차 대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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