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 '라이언 택시', 10월 출격…100여 개 법인택시와 손잡아

입력 2019-09-15 14:42   수정 2019-09-15 14:50

카카오가 100여 개 법인택시 회사와 손잡고 대형 택시 서비스 ‘라이언 택시(가칭)’를 다음달 출시한다. VCNC가 운영하는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이어 카카오도 뛰어들어 대형 택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타다의 인기가 높아지자 위기감을 느낀 택시업계가 막강한 모빌리티(이동수단) 플랫폼 영향력을 지닌 카카오와 손잡고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제배차·탄력요금제 도입

15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모빌리티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라이언 택시를 운행하기 위해 100여 개 법인택시 회사와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대형 택시 800여대를 운행한다. 1000대의 차량을 운영하는 타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운행 지역은 서울·경기·인천으로 타다와 같다. 차종은 스타렉스와 카니발이다. 카카오는 이미 현대차에 200대의 스타렉스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언 택시는 타다와 같은 강제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를 도입한다. 강제배차 시스템은 기사가 승객의 목적지에 따라 골라 태울 수 없게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고 배차하는 시스템이다. 탄력요금제는 이동 수요에 따라 이용 요금이 달라지는 과금 체계다. 호출 수가 많으면 요금이 올라간다. 요금은 택시 호출 수요에 따라 중형택시의 최소 0.7배에서 최대 두 배 수준이다. 중형 택시와 고급 택시 요금 사이 정도다.

카카오는 서울시에 10인승 이상 대형 승합택시에 대한 운영 지침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택시나 10인승 이하 대형 승용택시에 대한 지침은 있지만 아직 대형 승합택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기 때문이다. 출시와 동시에 불법 논란이 일었던 타다와 달리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서울시에 운영 지침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인기 캐릭터 ‘라이언’ 입어

카카오는 라이언 택시 기사도 모집하고 있다. 기사 월급은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 기사와 같은 세전 260만원이다. 근무시간은 약 10시간이다. 대형택시를 몰아야 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은 1종 보통운전면허 이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사모집, 택시기사 면허취득 등에 있어 법인 회사들을 돕고 선발된 기사들에게 서비스 교육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택시는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이다. 스타렉스는 LPG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고, 카니발은 가솔린 3.3 엔진 모델을 LPG 엔진으로 개조한다. 카카오는 참여하는 택시를 대상으로 차량 내외관 개조비용, LPG 엔진 개조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을 택시에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카카오IX와 협의중”이라고 했다.

◆親택시 전략 택한 카카오

라이언 택시 운송 수입의 10%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 이용료로 가져간다. 이런 부담에도 택시업계가 대거 참여한 이유는 타다에 대응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한 택시 업계 관계자는 “타다의 사납금 폐지, 월급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택시 회사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자각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30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 T’ 앱(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하겠다는 택시업계의 계산도 깔려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라이언 택시 설명회에서 카카오 T 이용자는 물론 업무택시 서비스 이용기업들을 대상으로도 홍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설명회에서 카카오는 ‘양질의 콜(호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4년간 축적한 카카오 T 택시의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활용해 서비스 질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3월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와 승차거부 없는 고급 택시 ‘웨이고 블루’를 선보였다. 지난달엔진화택시, 중일산업 등 택시회사도 인수했다.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하고 운영하는 것은 세계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진화택시, 중일산업도 라이언 택시에 참여한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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