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클레이턴두빌리어앤드라이스(CD&R)의 데이비드 노박 사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D&R은 투자 대상 기업이나 창업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한 뒤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십 투자’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파트너십 투자란 투자 기업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일부를 인수해 기존 경영진과 공동으로 경영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노박 사장은 “CD&R 투자의 약 3분의 2가 파트너십 투자”라고 말했다.
CD&R이 투자 기업에 제공하는 솔루션은 경영권 승계 및 성장 지원, 경영 효율성 개선, 유동성 제공 등이라고 노박 사장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CD&R은 2013년 영국 할인 유통업체인 B&M 지분 60%를 인수했다. 기존 대주주인 바비 아로라와 사이먼 아로라 형제가 나머지 40%를 보유하며 공동 경영하는 구조였다. 노박 사장은 “B&M은 아로라 형제가 2004년 인수한 뒤 매장을 300개까지 늘렸지만 더 이상의 성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CD&R은 인수 후 가격정책,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 마케팅, 물류, 매장 운영 등 유통업 전 분야에 걸쳐 전문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2014년에는 독일 할인 소매업체 야볼(Jawoll)을 추가 인수해 영국 외 시장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CD&R은 2014년 B&M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이후 수차례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2018년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이 투자로 CD&R은 투자 원금의 4.7배인 20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아로라 형제는 B&M의 최대주주로 남아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노박 사장은 “B&M 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테리 리히 전 테스코그룹 회장, 빈디 방가 전 유니레버 사장 등 CD&R의 ‘오퍼레이션 파트너’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을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퍼레이션 파트너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소속돼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전문경영인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 제임스 맥너니 전 보잉 회장, 존 컴프턴 전 펩시 사장, 론 윌리엄스 전 애트나 회장 등 약 25인의 거물급 경영인이 CD&R의 오퍼레이션 파트너로 포진하고 있다.
노박 사장은 “CD&R은 1978년 창업 당시 네 명의 창업자 중 세 명이 기업 경영자 출신이었다”며 “대부분 투자은행(IB) 뱅커 출신이 주도해 설립한 여타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 보니 CD&R에는 금융공학보다 기업의 근본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DNA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투자 철학은 경기 하강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게 노박 사장의 설명이다. 경영 전문성이 남다를 뿐 아니라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차입금을 덜 쓰기 때문에 투자 기업의 자본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파트너십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창업자나 기존 투자자와 오랜 기간 소통하며 이해 관계를 일치시키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실사 기간도 보통의 인수합병 거래에 비해 훨씬 길어 투자 기업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CD&R은 2011년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의 우수 운용인력과 합작사(JV)를 설립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중국과 인도에서 활동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시아 본부를 서울에 둘 정도로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안 CD&R 아시아 대표는 “CD&R 펀드에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약정했고 이들 기관과 여러 건의 공동 투자도 했다”며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합작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희 전 한국맥쿼리증권 회장이 CD&R코리아 회장을 맡아 한국 내 사업을 준비 중이다.
노박 사장은 미국 앰허스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모건스탠리 사모주식(PE) 및 투자은행 부문에서 일하다가 1997년 CD&R에 입사했다. 2012년부터 영국 런던 사무실을 설립하고 유럽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월 공동 사장으로 승진했다. 세 명의 경영위원회 멤버 중 한 명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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