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국 함정' 징후 뚜렷해지는 위기의 한국…"4차 산업혁명 막는 '이념적 규제' 대수술해야"

입력 2019-09-15 16:58   수정 2019-09-16 01:50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공성이 최선이라는 이념적 틀에 갇혀 서비스산업 및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규제를 강화한 탓이 큽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민간 싱크탱크 ‘FROM 100’(대표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5일 서울 새문안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한국 경제 전환 대응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진국 함정 탈출’에 우선 목표를 두고 경제정책을 대거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선진국 문턱을 앞두고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직 근로의욕 높일 정책 필요

주제발표를 맡은 강성진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통해 정부가 시장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투자, 고용 등의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며 “선진국으로 향하는 한국 경제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진국 함정에서 탈피하려면 기술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고 구조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소주성이 취지와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올해 2분기 월평균 43만8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작년 1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묶어뒀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본도 1980년대 후반 들어 법정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뒤 성장률이 대폭 낮아졌다”고 말했다.

영세기업 ‘규모의 경제’ 유도해야

한국이 촘촘한 산업 규제에 묶인 탓에 세계적 기술·특허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제 특허 출원 건수는 1만7013건으로 세계 5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율은 2017년 기준 4.55%에 달한다. 2~3%인 미국과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을 웃돈다. 강 교수는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인적 역량이 겹겹의 규제 탓에 생산 및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서비스산업 육성과 관련 규제 완화에 정치권 일각과 일부 시민단체는 공공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이념적 정책과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며 “서비스 및 4차 산업 규제는 물론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개망신법’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직원이 10명 미만인 회사는 분업과 신사업 진출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중소기업 상당수가 이처럼 영세한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이들 기업을 묶거나 합치는 ‘규모의 경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기업(영리법인) 전체에서 임직원이 10명 미만인 곳의 비중은 78.8%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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