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은 지난달 27일 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 명예회장에 위촉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 회장은 “그나마 소재가 확인된 문화재는 국가에서 관심을 기울일 수 있지만 어느 누군가의 창고에 처박혀 존재감도 없이 빛을 잃어 가는 문화재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며 “재외동포 경제인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문화유산회복재단과의 협력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2006년 조선왕실의궤 환수 활동을 시작으로 문화재환수국제연대의 사업과 활동을 계승·발전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단체다. 각계 인사들이 기금을 조성했고, 2017년 국회로부터 재단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
하 회장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월드옥타가 ‘문화유산 지킴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7년 재미동포 조창수 여사가 미국에서 ‘고종어보’ 등 문화재를 환수한 게 민간의 노력이 돋보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낸 박병선 박사도 있죠. 이처럼 국외 소재 문화재를 환수하는 과정에서 해외동포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73개국 144개 도시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월드옥타 역할이 중요한 이유죠.”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월드옥타는 1981년 16개국 102명으로 시작해 73개국 144개 지회로 성장한 대표적인 한인 경제단체다. 지난해 월드옥타의 제20대 회장으로 선출된 하 회장은 뉴욕한인회장, 미주 한인 청소년재단 회장 등을 지냈다. 1986년 미국으로 이주해 1992년 솔로몬보험을 창업했고, 한민족 경제인 모임 ‘한상리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 회장은 “지회를 통해 각 소재국에 있는 문화재를 대상으로 현지 모니터링을 하고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경매 등을 통해 나오는 개인 소장 유물 현황도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옥타가 문화재 보호 활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드옥타는 문화유산회복재단과 지난 4월 국외 소재 문화재 반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 7월에는 월드옥타 모스크바 지회와 함께 한국문화유산보존 네트워크 러시아센터를 출범했다. 하 회장은 “후배들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기 바란다”며 “소중한 문화재를 본래 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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