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시민의 공허한 검찰·언론 공격

입력 2019-09-15 17:12   수정 2019-09-16 00:22

“언론에서 검증이란 이름으로 야당과 손잡고…. 어머나, ‘손잡았다’고는 안 할게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두고 한 말이다. 유 이사장은 방송 초반 “검사들과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돈 거래, 자녀 입학, 사모펀드 등에 대해 내가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고, 검사와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철학 인식론에서의 ‘선(先)이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과 관련해 일부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유 이사장은 “내가 보기엔 검사들이 ‘조국 일가는 가족 사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사가 선이해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증거와 사실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야지, 뭐가 나올 때까지 파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 장관에게는 문제가 생길 수 없으니, 주저앉히는 방법은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이라고 검찰 수사를 ‘가족 인질극’에 비유하기도 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하루에 수만 개의 기사를 쏟아내는데 99.9%가 근거도 없이 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도 조 장관에 대한 선이해가 있지만, 언론이 확인한 사실들이 그것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수정할 자세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유 이사장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이 ‘99.9% 근거없다’는 점을 뒷받침하기보다 자신의 최성해 동양대 총장 회유 의혹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유튜브 언론인으로서 취재했다’ ‘다른 동양대 관계자 몇 명에게도 전화를 돌렸다’ 등의 내용이었다.

또 난데없이 자신의 조 장관 옹호 발언을 비판했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선 “그런 식으로 토론을 해서는 안 된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게 꼭 표창장 조작 증거라고는 볼 수 없다는 내용 정도가 조 장관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면 해명이었다. 언론과 야당의 ‘야합 의혹’은 무작정 내뱉고 주워담는 데 급급했다.

유 이사장은 말미에 “기왕 참전한 것, (조 장관과) ‘같이 고꾸라지자’ 그런 마음으로 해나가겠다”며 방송을 마쳤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도 자신의 말처럼 ‘수정’하는 대신 끝까지 조 장관 옹호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이었다. 유 이사장이 조 장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검찰, 언론에 대해 가진 ‘선이해’가 자신을 고꾸라지게 하지는 않을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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