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6일 ‘새로운 재정지출 식별방법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정부지출 승수효과 추정’ 보고서를 통해 정부 재정승수가 5년 누적으로 1.27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2000년 1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의 정부 재정지출 뉴스 등을 분석해 산출한 집계치다. 재정승수는 정부의 재정지출로 국민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계수다. 한은의 분석처럼 재정승수가 1.27이라면, 정부가 예산을 1조원 지출했을 경우 GDP는 1조2700억원가량 늘어난다는 의미다.
한은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했다’는 뉴스가 처음 나온 때를 기점으로 재정승수 효과를 분석했다. 정부가 실제로 재정을 집행한 시점부터 승수 효과를 산출한 기존 연구보다 분석 기간을 앞당긴 것이다. 한은은 “뉴스를 접한 시점부터 이뤄진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도 이번 재정승수 분석에 반영했다”며 “정부가 무기 구입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확대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방산업체가 미리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이는 GDP 확대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이 같은 재정승수 집계치(1.27)는 국내 기관 분석치와 간극이 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재정 집행 시점 이후 3년 누적치를 0.51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0.49, 국회예산정책처는 0.14~0.49로 집계했다. 재정정책을 설계하는 기획재정부마저도 내부적으로 재정승수를 0.3~0.4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정부 재정지출이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려 GDP를 갉아먹는 ‘구축효과’를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조달하려고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금리가 오르고 그만큼 소비·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정부 부채 비율이 올라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지출을 분야별로 보면 재정승수가 0.5를 밑도는 복지 관련 지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예산을 대폭 늘리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성수영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