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아직 북한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정은과)관계가 매우 좋다”고 했다.
평양 방문과 관련해선, “나는 어느 시점엔가는, 더 나중의 어느 시점에는 그럴 것”이라며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나는 그 역시 미국에 오고 싶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김정은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평양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김정은이 친서를 통해 자신을 평양에 초대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방문에 대해 ‘적기가 아니다’는 식으로 말한 건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마주 앉았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특히 하노이 회담에선 미국이 ‘빅딜(일괄타결식 북핵 해법)’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핵심 제재 전면해제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톱다운’ 방식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미국은 정상회담 전 충분한 실무협상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말 판문점 방문 때 김정은과 ‘깜짝 회동’ 후 ‘2~3주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실무협상에 재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3차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과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시점엔가 그렇다”고 말해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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