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정치경제대(LSE) 출신인 두 청년이 2015년 나눴던 대화다. 이들은 ‘유통 혁명’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화물 운송차량 사업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20만 대에 이르는 화물 운송차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이었다. 물류산업에선 ‘효율’이 ‘돈’인 만큼 플랫폼의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본 것이다. 화물운송업계의 카카오택시로 불리는 로지스팟이 탄생한 순간이다.
물류업체에서 일하며 노하우 축적
먼저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건 박준규 대표였다. 그는 제조업체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한 물류업 유경험자였다. 그럼에도 창업은 만만찮았다. 플랫폼의 얼개는 짤 수 있었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
박 대표가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운송회사와 콜센터 등에 취직해 화물 운송차량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차량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하나하나 배웠다. 현장은 예상보다 열악했다. 한 달에 수만 건의 배송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을 전화와 이메일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현장 공부를 하면서 로지스팟의 사업 모델은 점점 명확해졌다. 접수와 배차, 정산을 하나의 시스템 위에서 자동화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가 내린 결론이었다.
원활한 사업을 위해선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갖춘 운송회사가 필요했다. 두 청년대표는 300곳 이상의 운송회사에 전화를 돌렸다. “우리와 함께 새 사업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꾸준히 반복했다. 수많은 거절 끝에 한 운송회사가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회사를 인수한 2016년 8월 로지스팟이 출범했다.
등록 화물차만 10만 대
로지스팟의 물류 플랫폼은 그해 11월 모습을 드러냈다. 고객이 고를 수 있는 차량을 10개가량으로 세분화하고,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적용했다. 정산금 역시 플랫폼 안에서 손쉽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로지스팟의 플랫폼 모델은 카카오택시에 가깝다. 고객이 배송하고자 하는 물류와 원하는 차량 형태, 거리, 시간 등을 입력하면 기사들에게 실시간으로 해당 요청이 전달된다. 자신에게 걸맞은 주문이라고 판단하면 화물운송차 기사가 빠르게 그것을 ‘잡는다’. 고객과 기사가 연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2분에 불과하다.
박재용 대표는 “기사에겐 ‘공차(빈 차)’로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인데, 로지스팟을 이용하면 이 같은 고민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로지스팟에 등록된 화물운송 차량 대수는 10만 대를 훌쩍 넘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나섰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에도 화물운송 차량 관리 체계가 전화·이메일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PC, 한샘이펙스, 넥센타이어, 성지제강 등이 로지스팟과 손을 잡았다. 기업의 상황에 맞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기업 고객이 100여 곳으로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지스팟의 궁극적인 사업 모델은 화물 운송업계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다. 박준규 대표는 “화물운송차량 관리와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사들이 최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경로를 짜주는 등의 기능을 플랫폼 안에 집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지스팟은 지난해 10월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19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지금은 다음 투자 단계인 ‘시리즈B’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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