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 직후 가을, 중국 만주 장춘의 전재민(戰災民) 구제소로 모여든 조선인들의 합창이다. 만주땅을 떠돌던 어제도, 조국으로 돌아갈 기차를 기다리는 오늘도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국립극단이 2017년 연극으로 선보인 ‘1945’가 동명의 오페라로 재탄생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달 27일과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창작 오페라 ‘1945’를 무대에 올린다. 연극 대본을 쓴 극작가 배삼식이 자신의 희곡을 4막14장의 오페라로 각색했고, 오페라 ‘연서’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작곡한 최우정이 음악을 만들었다. 연출은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온 고선웅이 맡았다.
‘1945’는 구제소에 온 조선 여인 분이와 일본 여성 미즈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일본군 위안소에서 힘겹게 빠져나왔지만 조선으로 가는 열차엔 조선인만 탈 수 있다. 분이는 미즈코를 말 못하는 동생으로 속인다. 분이와 미즈코 외에 지식인 구원창과 생계를 위해 떡장사에 나서는 그의 아내, 구제소에서 동생을 잃은 오인호와 위안소의 중간관리자였던 박섭섭 등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작품은 반일(反日) 감정이나 해방의 의미를 드러내기보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굴곡진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배 작가는 연극뿐 아니라 창극, 마당놀이까지 다양한 장르의 창작을 했지만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인가,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이 텍스트가 방해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면서 오페라 대본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배 작가는 “평소 연극 대본을 쓰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말이나 행위가 필요 없어지는 순간을 생각했다”며 “그 자리에 바로 음악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작곡가는 1930~1940년대에 유행했던 창가와 군가를 비롯해 가수 남인수가 불러 귀에 익숙한 ‘울리는 만주선’, 동요 ‘두껍아 두껍아’ ‘엄마야 누나야’ 등을 작품 곳곳에 배치했다. 피난지에서의 긴장과 불안은 불협화음과 무조음악으로 표현했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떠올라 작곡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며 “공감할 수 있는 선율과 음악적 요소들을 고루 접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을 지휘한다. 소프라노 이명주(분이)와 김순영(미즈코)을 비롯해 소프라노 김샤론, 바리톤 유동직과 이동환,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테너 이원종·민현기·정제윤, 메조소프라노 임은경과 김향은 등이 출연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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