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9개월 만에 전국 확산…돼지 1억3000만마리 살처분 추정

입력 2019-09-17 17:16   수정 2019-09-1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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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ASF가 지나간 곳의 돼지는 많게는 3분의 1가량이 폐사했다. 아직까지 백신 및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이 질병에 걸렸을 때 폐사율은 100%에 이른다. 지금까지 50여 개국에서 발병했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돈육 가격은 17% 넘게 올랐다.

ASF가 처음 공식 보고된 건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다. 이후 유럽과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으로 퍼졌다. 1990년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이 병이 나타난 이후 20여 년간은 잠잠했다. ASF는 2016년 9월 유럽 몰도바에서 재발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시아에 ASF가 유입된 사실이 처음 발견된 건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다. 이후 ASF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데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가져온 음식 잔반을 돼지 먹이로 쓴 것을 유입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ASF 감염 돼지의 거래가 이뤄지고 돈육이 포함된 잔반을 돼지 사료로 쓴 것이 중국 내 ASF 확산을 부추긴 요인으로 풀이됐다.

올해 들어서는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인근 아시아 국가에서 ASF 발병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지난 5월엔 북한으로 퍼졌다. 아시아 주요국 중 ASF가 퍼지지 않은 곳은 섬나라인 일본과 대만뿐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9개월 동안 돼지 1억3000만 마리가량이 살처분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전체 돼지 사육두수인 4억3000만 마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베트남은 이달 초까지 돼지 사육두수의 18% 수준인 47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필리핀에서도 지난 9일 ASF 발병 사례가 처음 발견돼 돼지 7400마리가 일시에 살처분됐다.

세계 돼지고기 가격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중국에선 돼지고기 값이 지난 2월 ㎏당 18.39위안에서 이달 35.01위안으로 90% 이상 뛰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돈육 선물 가격은 지난 1년 새 17% 이상 올랐다.

ASF는 미·중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최근 미국산 상품 중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돼지고기를 제외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분을 풀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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