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아기 보는 게 이렇게 힘든거 였나요?"
생후 4개월 된 조카를 부모님과 3일간 교대로 봐준 뒤 육아의 실상을 알게 된 20대 여성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휴가를 맞아 약 100일 된 아기와 함께 시댁을 찾은 오빠네 가족을 본 A씨는 깜짝 놀랐다.
출산 후 처음 본 새언니가 몰라보게 살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부모님과 아기를 책임지고 봐줄 테니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오빠 내외에게 시간을 줬다. 올케는 극구 사양했지만 가족들의 배려 속에 2박 3일간 여행을 가기로 했다.
A씨는 올케에게 분유 타는 법, 먹이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등 육아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배웠다.
걱정이 가득한 눈길로 집을 나서는 오빠와 올케에게 활기차게 인사한 후 A씨의 2박 3일간의 짧은 육아 여정이 시작됐다.
A씨는 귀여운 조카와 놀아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 시계를 보니 밥 먹일 시간이다.
A씨는 얼른 분유를 타기 시작했다.
아기는 분유 타는 그 5분을 못 기다리고 울어댔다. A씨의 어머니 또한 당황한 나머지 "빨리 빨리 해"라고 소리를 지른다.
분유를 먹이니 조용해진 아기. 안정을 찾고 다시 놀아주는데 또 울어대는 아기.
"뭐지? 왜 그러지?" 하고 안고 돌아다니니 그제서야 꺽~하고 트림을 한다.
"아 속이 안 좋았나 봐."
그렇게 잘 놀다 울다를 반복하는 아기. 졸린 것 같은데 아무리 안아줘도 잠이 들지 않았으며 잠들었나 싶어 바닥에 눕히면 바로 눈을 떴다.
우는 아기를 팔이 떨어져라 안고 다니다가 눕혔다 깨면 또 울어대고 이렇게 3번을 반복하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A씨 아버지는 "그거 하나 못해"하면서 본인이 재운다고 아기를 데려갔다.
하지만 할아버지 품에 안긴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고 결국 A씨가 다시 받아서 소파에서 안고 같이 잠이 들었다.
엄마 아빠는 저녁 산책을 하겠다고 밖으로 나가고 아기와 단둘이 남은 A씨.
배가 고파서 라면을 먹으려고 끓였는데 아기는 또 울기 시작한다. 기저귀가 묵직하다. 똥기저귀를 갈고 씻긴 후 라면을 보니 퉁퉁 불어터져 먹을 수 없게 돼 있었다.
아기는 졸린지 다시 울기 시작하고 그때 돌아온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며 아기를 봤지만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퉁퉁 불어있는 식탁 위 면발을 본 엄마는 라면을 다시 끓여주셨고 밤 10시나 돼서야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라면을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아기를 안아줬지만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우는 통에 식구들 모두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는 상황.
우여곡절 끝에 1시에 재운 아기는 새벽 3시에 깨서 분유를 달라고 또 울었다.
비몽사몽간에 분유를 타다가 뚜껑이 안 잠긴 걸 모르고 흔들어서 분유를 다 흐르고 다시 분유를 타는 동안 아기는 또 자지러졌다.
다음 날도 같은 일상의 반복.
A씨는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졸리면 자면 되는데 왜 분유도 먹고 기저귀도 갈았는데 안 자고 우는 거죠? 누워서 자면 편한데 왜 안겨있으면 자다가 눕히면 귀신같이 알고 깨는 거냐고요."
A씨는 답답해서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바깥바람을 쐬고 커피도 마시고 왔다.
서로서로 안고 달래다 안되면 상대에게 토스해주는 일상이 이어졌다.
미치기 직전이다 싶었을 때 오빠랑 올케언니가 구세주와 같이 돌아왔다.
A씨는 언니를 보면서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 언니 진짜 고생하네요."
A씨는 "아기 키우는 게 힘들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지 막상 겪어보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면서 "심지어 라면도 서서 먹었다. 육아하는 엄마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 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집에서 애'나' 보는 게 뭐가 힘드냐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기는 엄마가 없어서 더 울었을지도", "새언니께 정말 좋은 선물해줬다. 그렇게 숨통 한번 트고 나면 몇 달 또 버텨지더라", "아기 낳고도 맞벌이하는 올케한테 고마워서 1박2일 호캉스 보내준 적이 있다. 떠난 지 1시간 만에 눈물 날 것 같았는데 쿨한 척 잘 지내는 척 아기 사진 보내주고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결혼하고 싶지가 않더라", "난 저맘때 소원이 24시간 자보는 것이었다. 4개월이면 진짜 이유 없이 많이 운다", "한겨울에 아기가 너무 울어서 아기띠 하고 아파트 주변을 얼마나 돌았던지. 밖에 나가면 기똥차게 알고 울음을 멈춰서 진짜 새벽에 미친 사람처럼 많이 돌아다니면서 울었다", "내가 지금 딱 저 상황인데 이 글로 인해 위로받는 느낌이다" 등의 경험담을 보탰다.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대부분 여성들이 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안다. 하지만 그 기쁨과 환희의 순간은 아주 잠시일 뿐, '진짜' 엄마 노릇은 상상 그 이상을 보여 주며 끝도 없이 반복된다.
산후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아침에 사랑과 희생이 넘치고 살림과 육아에 능수능란해지는 슈퍼우먼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몸은 힘든데 밤이고 낮이고 울어대는 아이로 인한 힘들어하는 엄마들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산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14명으로 지난 2009년 125명에서 급속도로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산후 우울증은 단순히 산모가 우울감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기에게까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출산 여성의 대부분은 이처럼 '산후 우울 기분'을 겪는다고 조사됐는데 출산 후 2~4 일째에 불안감, 초초감 등으로 나타나며 5~7일에 심해지다가 보름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그렇지만 산후 우울증은 이 같은 산후 우울 기분과는 다르다.
1년이 지나도 증상이 나타날 만큼 발병 시기가 다양하고, 증상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산후 우울증의 원인으로 ①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②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경우 ③ 임신 기간 중 우울감을 경험한 경우 ④ 모유 수유를 중단한 경우 등을 꼽는다.
산후 우울 기분을 겪는 산모의 1/4 정도는 산후 우울증을 겪게 되는데 심할 경우 아이를 해치는 극단적인 상상을 하게 되므로 산후 우울 기분이 2주이상 지속되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산모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해야하며, 배우자는 출산 직후부터 아이를 돌보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출산 경험과 아이 나이가 비슷한 그룹과 어울려 육아 정보나 감정을 공유한다거나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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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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