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품격] '농업 반도체' 국산 종자의 꿈…'脫 일본'

입력 2019-09-19 08:28   수정 2019-09-19 08:29



지난 7월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무역보복을 가하면서 올여름 산업계는 원천 기술 확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농업계에도 영향을 끼쳐 종자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식인 쌀은 물론 벼, 보리 등 주요 작물은 대부분 국산화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양배추는 95% 이상 브로콜리는 100%가 외국 종자이고 대부분은 일본산이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소종자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내외다. 그중 우리나라가 일본 품종 사용으로 지불하는 로열티는 매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종자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50여개 종묘회사가 국내에서 무, 배추, 고추, 수박 등의 채소 종자를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해외 진출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농우바이오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내 채소종자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 '농업반도체' 종자, 국산화의 꿈


농우바이오는 채소류의 종자를 개발·생산·판매하는 종묘 기업으로 국내 채소 종자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로 1위에 오른 기업이다. 농협경제지주가 대주주로 있는 만큼 국내 유통망이 확실하고 미국, 중국, 인도 등 6개 해외 현지법인을 바탕으로 수출 비중이 60%이나 된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율은 각종 종자매출 86%, 상토사업(상업용 흙) 매출 14%로 구성됐다.

전체 매출은 2016년 1031억원, 2017년 1040억원, 지난해 1045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올해는 전년대비 15.3% 증가한 12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업이익은 76.4% 증가한 9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1위 위치를 더욱 확고히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1981년 10월 '농우종묘사'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농우바이오는 1990년 6월 법인으로 전환했고 같은 해 10월 육종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1994년 중국 베이징에 현지법인 세농종묘유한공사를 시작으로 1997년 인도네시아,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후안에 농우시드아메리카를 현지법인으로 설립해 해외에도 진출했다.

2002년에는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기업의 규모를 키웠고 그 결과 2007년 채소종자 부문에서 '5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2011년 '1000만 달러 수출의 탑'까지 수상했다.

◆ R&D 인력 동종업계 최고 수준


종자는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 보통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의약·소재·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농업 분야의 반도체'로 불린다.

농우바이오가 해외 진출을 활발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R&D에 있다. 최근 5년 동안 매출액의 16.5%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키웠고 이를 통해 소비량은 많지만 국산화율이 낮은 양파나 파프리카 종자의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양파는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한 종자만 827만달러(한화 약 98억5701만원)로 전체 수입액의 65.5%를 차지할 정도. 뿐만아니라 무와 배추, 멜론, 고추 등 우리가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종자 총 판매액인 433만달러(한화 약 51억6049만원)의 1.9배에 달해 무역 불균형이 심한 분야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농우바이오는 연구인력을 포함해 종자를 개발하고 가꾸는 브리더(사육사)도 경쟁사 대비 월등히 많은 수를 보유해 종자 국산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 채소종자 수출액 중 약 55%를 농우바이오가 담당했다"고 분석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로 업계에서는 농우바이오 전체 해외법인 매출액이 지난해 356억원에서 올해 471억원으로 전년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우바이오 중국 법인은 올해 당근 종자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수박, 양파, 토마토 종자들의 매출액도 증가해 2014년 매출 최고치였던 222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시장 겨냥한 전담 조직 운영


올해 초 농우바이오의 새 수장으로 부임한 이병각 대표의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의지도 돋보인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품종 개발과 마케팅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하면서 조직을 대폭 키웠다. 이 조직은 단순히 해외영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맞는 새로운 품종 개발과 실용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활동한다.

이 대표는 "미국, 중국,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에 있는 농우법인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에 연락사무소를 추가 설치해 현지인 전문마케터를 통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장 성장성이 높은 멕시코에는 할라피뇨와 남미계 고추를 현지에서 육성 판매하고, 터키에는 토마토를 비롯한 각종 작물을 육성할 수 있는 2만평 규모의 단지를 조성했다. 중국에도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한 청도에 R&D 기관을 두고, 산동지역에 4만평 규모의 연구소를 개설하는 한편 인도에는 현재의 1만7000평 규모 연구소를 3만2000평 규모로 확대 이전할 예정이다.

농우바이오는 세계 10위 종자기업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이병각 대표는 "내년 종자수출 1억달러 달성을 통해 세계 10위 종자기업이 되겠다"며 "최소 100개국 이상으로 종자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미래가치가 높은 해외 종자기업 기업 인수합병(M&A)을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추가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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