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사진) 전용면적 84㎡가 2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4일 뒤에 같은 주택형의 아파트가 27억원에 거래됐다. 심지어 27억원에 거래된 아파트는 18층으로 29억8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7층)보다 이른바 ‘로열층’에 가깝다. 더 좋은 층의 아파트가 3억원 가까이 낮게 거래된 이유는 한강 조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강 조망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조망 여부에 따라 같은 단지에서도 거래 가격이 수억원 이상 벌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담동의 한강변에 있는 청담자이는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4억원 가까이 시세 차이가 난다. 전용 89㎡는 모든 방과 거실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호가가 30억~32억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 전용 90㎡는 거실에서만 한강이 보인다. 전용 89㎡가 집안 구석구석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조망에 제약이 따른다. 호가는 26억~28억원 선이다. 청담동의 K공인 관계자는 “전용 89㎡와 90㎡는 같은 동에 있고 면적도 거의 비슷한데도 한강 조망 차이로 매수자들이 문의하는 빈도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아크로리버파크도 한강변 고층 아파트와 단지 안쪽 저층 아파트로 구분지을 수 있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한강변 아파트는 한강과 반포한강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3억원 가까이 난다”고 말했다. 가격 차이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1612가구의 아크로리버파크가 2014년 분양할 당시만 해도 한강 조망 여부에 따른 가격 차이는 2000만원에 불과했다. 전용 84A 주택형(11~15층) 중 상대적으로 한강 조망이 덜한 112동은 분양가가 13억7500만원, 한강 조망이 좋은 105동과 110동은 13억9500만원이었다. 현재 호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한강 조망 아파트가 30억~34억원이고 비한강 조망 아파트가 26억~30억원이다.
시공사들도 최대한 한강 조망이 좋도록 하는 데 설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잠원동의 아크로리버뷰는 부지를 길게 조성해 한강변과 접촉하는 면을 늘렸다. 아파트 모양도 십자 모양(十)으로 설계해 모든 호수에서 최대한 한강 뷰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주택구조에서 한강을 양면 모두 접하는 주택형과 한 개 면만 접하는 주택형으로 나뉘지만 이 둘의 호가 차이는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한강 양면을 접하는 전용 78㎡ 호가는 28억~29억원이고, 한 개 면을 접하는 전용 78㎡는 27억~28억원이다. 이 단지를 시공한 대림산업 관계자는 “모든 가구에서 한강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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