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울산 효문공단에 있는 덕산그룹(회장 이준호) 계열 덕산하이메탈 본사. 이준호 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 등에 공급할 도전성 필름(ACF)용 도전볼 제품을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ACF 도전볼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칩과 인쇄회로기판(PCB)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접합 소재다. 이 회장은 “일본의 세키스이와 닛폰케미컬에 이어 덕산하이메탈이 세계 세 번째로 개발했다”며 “만약 국산화하지 못했다면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품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0% 무결함’ 도전볼 제작을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이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재·부품 국산화에 전념해온 덕산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덕산그룹은 덕산하이메탈, 덕산네오룩스, 덕산테코피아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 3사 등 모두 7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덕산하이메탈은 반도체를 패키징할 때 반도체 칩과 전자회로기판을 연결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초정밀 부품인 솔더볼로 유명하다. 1999년 국산화에 성공해 삼성전자 등 세계 반도체업체들에 공급하면서 일본의 센주메탈이 독점하던 솔더볼 시장에서 5년여 만에 세계 2위 공급업체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반도체 접합 소재인 주석 등을 직접 조달할 목적으로 해외현지법인 덕산미얀마를 세웠다.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일본 경쟁사와 정면 승부를 내보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덕산테코피아는 메모리셀을 아파트처럼 높게 쌓아올리는 방식의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데 필수인 반도체 박막형성용 증착소재 ‘HCDS’를 국내 유일하게 국산화했다. 이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내년 중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폴리이미드 소재 양산체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 필름은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일본이 7월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한 품목이다.
지난 15년간 확보한 특허만 393건, 출원 중인 것도 1279건에 이른다. 이 회장은 “미래 발전인자를 찾지 못하면 영광은 잠시일 뿐”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듀폰과 3M, 다우케미칼에 버금가는 글로벌 소재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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