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의 알쓸커잡] 커피, 가을에 더 맛있는 이유

입력 2019-09-19 13:22   수정 2019-09-20 01:21

“요즘 제철이에요. 많이 마셔두세요.”

‘커피 덕후’인 지인이 이맘때면 잊지 않고 하는 당부입니다. 커피에 웬 제철 타령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초가을 커피가 제철이라는 건 단지 아침저녁으로 기분 좋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파란 하늘 때문만은 아닙니다. 커피에도 정말 제철이라는 게 있습니다.

커피는 독특한 운명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지만, 자란 곳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 대부분 소비되기 때문이죠. 커피나무가 많이 자라는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 중앙아메리카 산지는 대부분 12월부터 3월까지 커피를 수확합니다. 최고의 커피를 뽑는 경매인 ‘컵 오브 엑설런스(C.O.E)’ 일정이 주로 봄 여름에 몰리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좋은 품평을 받은 원두들이 5~6월에 배에 실려 약 한 달여가 지나 한국에 도착합니다. 로스터의 섬세한 손을 거쳐 신선하게 볶아진 커피가 완전한 한 잔으로 나오는 시기가 지금입니다. 게다가 로스팅을 하기에 알맞은 습도와 온도 등 날씨 요인까지 갖춰져 그야말로 3박자가 맞는 셈입니다.

이런 햇커피 원두를 어떻게 맛볼 수 있냐고요? 요즘 국가별 농장별 수확 시즌은 인터넷을 통해 C.O.E 홈페이지나 각종 커피 옥션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하는 커피리브레, 메쉬커피, 나무사이로, 프?츠커피, 커피앳웍스 등이 있어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만 잘 팔로우해도 각 산지와 농장별 커피 입고 소식을 들을 수 있죠. 세계 최대 커피 바이어인 스타벅스도 리저브 매장(사진)을 통해 매달 가장 좋은 상태의 스페셜티 원두를 내놓습니다.

로스팅 전의 커피 원두가 신선한 기간은 약 1년. 수확 후 1년 안된 생두는 ‘뉴 크롭’으로, 1년을 넘긴 건 ‘패스트 크롭’으로 불립니다. 그보다 더 오래 묵힌 것은 ‘올드 크롭’이라고 하지요. 커피도 와인처럼 그해 산지의 기후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맛이 달라집니다.

만약 누군가 좋은 원두 찾는 법을 묻는다면 “무조건 많이 마셔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리스타에게 꼭 물어보세요. 이 커피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사람이 재배했으며 언제 수확한 것인지를요. 지구 반대편에서 커피 열매 한알 한알 보살핀 농부의 얼굴과 그의 스토리를 안다면 커피 맛이 확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잘 로스팅된 원두를 구했다면? 잘 보관하는 일이 남습니다. 보통 로스팅한 뒤 2주 이내 마시는 게 가장 맛이 좋다고 하지요. 커피를 맛없게 하는 최대의 적인 산소를 차단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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