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시행자인 재건축 조합과 상가 세입자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 비용이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재산권 침해 등 위법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지난 18일 당정협의를 열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할 때 상가 세입자 권리를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당정은 재건축으로 상가 건물이 철거될 때 세입자에게 ‘우선입주요구권’이나 ‘퇴거보상청구권’을 부여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입주요구권은 재건축 뒤 신축 상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고, 퇴거보상청구권은 건물 철거에 따른 영업손실금, 시설투자금 등을 임대인에게 요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동안 임대차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재건축으로 건물이 철거되면 상가 세입자는 두 권리를 보장받을 길이 없었다.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 사업에선 두 권리가 보장돼 법 형평성 논란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시장에선 반발이 적지 않다. 보상금을 둘러싼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커서다. 지난해 6월 이주를 시작한 서울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은 세입자와의 갈등으로 멈춰선 상태다. 세입자 170여 가구는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난항을 겪는 절차가 상가 세입자와의 보상금 협상”이라며 “조합이 부담할 세입자 보상금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권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세입자가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버티는 ‘알박기’가 늘면서 조합원의 금전적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과 상가 임차인 간 갈등이 지금보다 더 잦아질 것”이라며 “기존 세입자에게 상가 우선입주권이 주어지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은 업종 선택이나 임대료 책정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