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의 뚝심…6년 만에 가스터빈 '기술 독립'

입력 2019-09-19 17:26   수정 2019-09-20 01:42


“할 수 있을까 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가스터빈 개발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사진)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박 회장은 2013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외국 기업이 독식하던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1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그만큼 감회는 남달랐다.

두산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독자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창원공장에서 1호기 최종 조립 행사를 열었다. 성능시험을 마친 뒤 2021년 서부발전의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된다.

제트엔진과 구동 원리가 비슷한 가스터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엔진을 제작한 국가들이 기술을 독점해왔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미쓰비시와 히타치의 발전부문 합작사), 이탈리아 안살도 등 네 곳만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991년 가스터빈 시장에 진입했지만 GE와 MHPS에 주변 부품을 납품하는 데 그쳤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3년 안살도 인수를 시도했지만 이탈리아 의회의 반대에 막혀 좌절됐다. 이후 독자 개발에 나섰지만, 선발업체들의 견제에 시달렸다. MHPS는 “독자개발을 포기하면 부품 발주를 늘리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지멘스 출신 연구원을 스카우트하려다 ‘기술 유출’ 논란에 휩싸여 포기해야 했다. ‘항공기 엔진을 못 만드는 나라에선 가스터빈을 절대 독자 생산할 수 없다’는 핀잔도 들었다.

두산중공업은 백방으로 뛰었다. 미국·유럽·일본의 16개 대학 관련 학과와 12개 연구소로부터 조언을 얻었다. 국내 21개 대학, 4개 정부출연연구소, 13개 중소·중견기업과 협업하며 부품 및 소재를 개발했다. 선발 국가들의 견제를 피해 스위스에 가스터빈 전용 연구개발(R&D)센터를 지었다. 총 1조원을 투자 중이다.

가스터빈은 압축한 공기에 연료(LNG)를 분사해 생기는 고온·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회전시키는 장치다. 터빈에 달린 날개(블레이드)는 1500도의 고온을 견디면서 시속 1200~1300㎞로 회전해야 하고, 진동은 머리카락 2개 두께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을 개발하면서 230여 개 협력사와 공급사슬을 구축했다.

두산중공업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스터빈을 국산화함에 따라 2030년까지 약 10조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 설치된 가스터빈은 149기다. 이들 제품 구매에 8조원, 유지보수 등에 4조원 등 12조원이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은 정부 전력수급계획과 기존 발전소 대체 물량까지 더하면 가스터빈이 들어가는 신규 복합발전소가 2030년까지 18GW(기가와트) 규모로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조원 규모다.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 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두는 사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창원=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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