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19일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행 중인 행정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기본 설계안부터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사업비 1040억원을 들여 왕복 10차로인 세종대로를 6차로로 줄이고, 경복궁 앞을 지나는 사직·율곡로를 없애 광장 면적을 현재 크기의 3.7배로 넓히는 사업이다. 박 시장은 대통령 선거 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박 시장이 ‘무기한 연기’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중재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만났다. 그는 “시민과의 소통과 교통 불편에 각별히 신경써 달라는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며 “관계부처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진행 중인 행정절차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내용을 반영해 지난달 공고한 지구단위 도시계획 변경안을 잠정 보류하고, 지난 1월 당선작으로 선정한 기본 설계안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기본 골격인 역사광장과 시민광장, 두 광장 사이를 지나는 우회도로까지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일각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서울시는 지난 3년간 100여 회에 걸쳐 시민 논의를 축적했다”며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없는 긴 소통의 시간이었으나 여전히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토론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안부 및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발표한 설계안에 행안부가 소유한 정부서울청사 부지 일부를 수용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포함해 행안부의 반발을 샀다.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진영 장관도 7월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된 것은 없다”며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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