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요일, 시간대에만 신제품을 판매하는 ‘드롭(drop)’ 판매가 패션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따끈따끈한 신상 제품을 특정 날짜에 매장으로 떨어뜨린다’는 데서 착안한 판매 방식이다. 한정판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다.
슈프림이 치고 나가고
이 방식은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어 버버리,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분크, 디스이즈네버댓, 쿠론 등 국내 브랜드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재고 관리 비용은 줄이고 소비자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드롭 판매는 한정판 상품처럼 소장하고 싶은 소비심리를 자극한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슈프림은 ‘목요일 드롭(Thursday Drop)’을 통해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매장 문을 열고 한정 수량 신제품을 판매했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등 몇 곳 되지 않는 매장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드롭으로 신제품을 산 사람들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일이 매주 벌어지기도 했다.
슈프림의 창업자인 제임스 제비아는 “품목당 600개를 제작해 다 팔 수 있다 해도 나는 무조건 400개만 만들어 판매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한정 수량을 ‘드롭’하기 때문에 이를 구입하려는 마니아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선다. 슈프림이 ‘핫’한 브랜드가 된 데는 드롭 판매가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업체도 젊은 소비자 겨냥
국내 기업들도 ‘드롭 경쟁’에 뛰어들었다. 석정혜 디자이너의 핸드백 브랜드 ‘분크’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지난해 초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자체 온라인몰에서 신제품을 공개, 판매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사전에 드롭을 알려주긴 하지만 가격 등 상세 정보는 드롭이 시작돼야 알 수 있다. ‘분크 수요일 드롭(VWD·Vunque Wednesday Drop)’이 자리를 잡자 전시회까지 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전시회에선 그동안 VWD를 통해 판매했던 신제품들을 한데 모아 천장에 매달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핸드백 브랜드 ‘쿠론’도 매주 금요일마다 신상품을 선보이는 ‘T.C.I.F(Thanks, Couronne, It’s Friday)’를 지난달 시작했다.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 기반의 캐주얼 브랜드들도 특정 신상품을 드롭 방식으로 판매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상현 쿠론 총괄부장은 “드롭 방식은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좋은 방식인 데다 신상품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버버리 나이키도 동참
슈프림의 성공을 보고 버버리, 아디다스, 나이키, 오프닝세레모니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잇달아 이를 도입했다. 가장 큰 이득을 본 브랜드는 버버리다. 매년 두 번씩 런던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연 뒤 6~8개월 뒤 매장에 신제품을 들여놨던 버버리는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캡슐 드롭’을 시작했다. 신제품을 빨리 갖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패션쇼 직후 24시간 동안 온라인에서만 컬렉션 제품을 판매했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패션쇼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자 2030 세대들이 몰렸다. 대표 상품인 트렌치코트, 스커트 등 대부분이 품절됐다. 나이키, 아디다스, 오프닝세레모니 등도 특정 상품을 출시할 때 날짜를 정해놓고 ‘입소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드롭(Drop)
신제품을 정해진 날짜, 시간에 떨어뜨린다는 데서 착안한 신종 판매방식. 미국의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슈프림이 먼저 시작해 유명해졌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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