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1호 타깃' 보고서 뭐길래…증권가 "스마트폰부터 바꾸자" 술렁

입력 2019-09-19 17:28   수정 2019-09-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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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 7월 출범 후 첫 ‘타깃’으로 삼은 선행매매 사건 핵심 피의자인 A 하나금융투자 연구원(38)이 지난해 초 한 중소형주에 대한 신규 보고서를 처음 낸 뒤 주가가 70% 넘게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주회사 등 대형주를 담당하던 A연구원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중소형주인 해당 종목 보고서를 네 차례나 발표한 데다 정작 그 이후부터는 후속 보고서를 전혀 내지 않아 특별한 배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연구원은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종에 속한 B종목에 대해 모두 네 차례의 매수 추천 보고서를 냈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A연구원이 해당 종목의 보고서를 낸 적은 없다.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1만8950원이었던 이 종목의 주가는 한 달이 채 못 돼 3만230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 1만200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B종목은 원래 리서치센터 내 다른 연구원이 맡다가 A연구원이 하나금융투자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담당하기 시작했다”며 “2년여가 지난 2018년 1월에야 첫 보고서를 낸 데다 네 번째 보고서가 나온 5월부터 지금까지 1년여 동안 후속 보고서를 전혀 쓰지 않은 것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A연구원이 보고서를 내기 전 선행 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삼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널리스트가 매수 추천 보고서를 쓴 뒤 실제 주가가 오르는 확률은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주가가 급등락한 게 아니라면 친인척 등 명의로 주식을 거래했다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로서는 A연구원의 개인적 일탈 사건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두 달 전 출범한 특사경의 ‘1호 사건’인 만큼 애널리스트 한 명을 잡는 선에서 끝내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일단 스마트폰부터 바꿔야겠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사경은 법적으로 인지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사건의 경중을 따져 수사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건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일 뿐 1호 사건이란 점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기/김동현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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