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처 간 불협화음에 혼란 키운 정년연장

입력 2019-09-19 18:01   수정 2019-09-20 00:14

정부가 지난 19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하자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엔 취재진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기업에 정년 60세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업에 세 가지 선택권이 있지만 어찌 됐든 기업들은 60세 이후까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 사실상의 정년 연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일본도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이 같은 세 가지 선택권을 통해 정년을 65세로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를 포함한 고용 연장의 제도화를 현 정부 안에서 조치 가능한 ‘중기 과제’로 분류했다. 이 말대로면 2022년 전에 정년 연장이 제도화되는 셈이니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대책이 담긴 자료엔 ‘계속고용제도는 2022년부터 검토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2022년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다. 이 때문에 ‘정년 연장을 현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헷갈린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알쏭달쏭한 표현의 배경엔 부처 간 이견이 있었다. 기재부는 작년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정년 연장 문제를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고용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등과 맞물려 파급력이 큰 문제여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채 대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현 정부 안에서 추진하지만 검토는 2022년부터 한다’는 이상한 방침이 나온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한 뒤 “부처 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정년 연장처럼 중대한 사항에 부처 간 불협화음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국민의 혼란만 키웠다.

정작 두 부처는 정년 연장의 선결 과제로 꼽히는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문제는 대책에 담지 말자는 데엔 뜻을 같이했다. 한국은 오래 근무할수록 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보편적이다. 한국의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 임금의 3.1배로 일본(2.4배)보다 높다. 고용경직성도 강해 성과가 낮은 근로자조차 교체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오른다. 기업의 신규 채용이 위축되면서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 “여러모로 정제되지 않은 대책으로 시장의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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