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들의 부모가 사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던 야마다 교수는 최근 내놓은 <가족 난민>에서 이들을 살핀다. 중년이 된 패러사이트 싱글은 부모가 별세하면 가족 없이 남은 생을 살게 된다. 저자는 ‘독립’이 아니라 ‘고립’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 같은 사람들을 ‘가족 난민’이라 부른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소중히 여겨주는 존재’인 ‘가족’이 없는 ‘난민’이 된다는 뜻이다.
반드시 독신이나 이혼 때문에 혼자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이 좋은 부부였다고 해도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자 없이 홀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저자는 싱글화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는다. 문제는 사회보장 제도가 누구나 결혼해 가족을 형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가족 난민화’를 경험하고 있는 싱글일수록 생활의 어려움은 커지고, 이는 사회 문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책은 우선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변화돼온 싱글의 의미와 싱글의 다양한 형태를 살펴본다. 싱글이 늘어나게 된 구조적 배경과 함께 다가올 ‘가족 격차’ 사회를 그린다. 가족 격차는 가족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과 가족 안에 포섭되지 못한 사람 간에 커지는 경제적, 심리적 불안의 격차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가족 격차에 따른 계층 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누구나 원하면 가족을 형성할 수 있었던 1990년대와는 달리 이젠 경제 격차가 곧 가족 격차가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2040년엔 일본에서 연간 20만 명 이상의 싱글이 고립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저자가 그리는 우울한 미래는 ‘패러사이트 싱글’의 증가 양상처럼 일본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비혼(非婚) 인구가 급증하고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한국은 더 빨리 마주할 수도 있는 미래다.
저자는 ‘가족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 제시한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대책인 ‘곤카쓰(婚活: 결혼에 필요한 활동)’나 중년의 재혼을 장려하고 공동 생활을 시작하거나 가상 가족을 만드는 것은 다소 막연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유형의 커플이 탄생하는 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개인 단위의 사회보장 제도를 도입하는 사회적 차원의 방안은 참고할 만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대목이다. “싱글화의 흐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싱글화의 속도를 완화하거나 싱글의 가족 난민화를 미연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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