켑카 4개, 고진영 5개 브랜드 사용
미국 골프매거진에 따르면 켑카는 어떤 용품사와도 후원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캐디백에는 4개 브랜드의 클럽이 꽂혀 있다.
지난 5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 우승 당시 켑카가 쓴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사의 M5였다. 3번 우드의 경우 테일러메이드사의 M2다. 아이언은 골프클럽 생산을 중단한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 프로’였고 아이언(4번~피칭)은 미즈노사의 JPX919 모델이다. 웨지는 타이틀리스트사의 보키, 퍼터는 타이틀리스트사의 스카티카메론이다.
고진영은 켑카보다 많은 5개 브랜드를 사용한다. 그는 아이언(5번~피칭)만 브리지스톤과 계약했다. 나머지 클럽은 자유롭다. 드라이버와 3번 우드, 5번 우드는 캘러웨이사의 에픽플래시, 하이브리드는 타이틀리스트의 H1 모델이다. 웨지는 핑사의 글라이드포지드, 퍼터는 테일러메이드의 스파이더X를 애용한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고진영 프로가 브리지스톤의 아이언과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면 고민하지 않고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할 때부터 자신에게 잘 맞는 브랜드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후원 계약금, 상금으로 만회
선수들에게 용품 후원 계약은 양날의 검이다. 선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클럽을 사용하면서 계약금을 챙기고, 용품사들은 제품의 우수성을 선수들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
하지만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14개 클럽이 선수와 모두 잘 맞긴 힘들다. 반대로 용품사는 계약 때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원한다. 대부분 14개 클럽을 모두 자사 제품으로 사용하는 조항을 넣거나 가장 예민한 퍼터를 제외한 13개 클럽을 써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
이로 인해 용품 계약은 ‘족쇄’가 돼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많은 유망주가 용품 계약을 섣불리 했다가 부진의 늪에 빠진 뒤 스포트라이트 뒤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용품 계약을 맺는 이유는 거절하기 힘든 계약금 규모 때문이다. 골프매거진에 따르면 PGA투어 1승을 거둔 선수의 경우 용품 계약만으로 최소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서 많게는 50만달러(약 5억9000만원)를 받는다. 켑카의 경우 2015년 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첫 승을 올렸을 당시 이를 훌쩍 뛰어넘는 계약금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론이지만 켑카와 고진영은 용품 후원 계약을 포기하고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둘 다 몸값이 상승하면서 상금이나 다른 후원 계약으로 부족한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켑카는 지난 시즌 상금으로만 968만4006달러(약 115억3000만원)을 벌었다. 고진영은 지난 17일까지 263만2412달러(약 31억3000만원)를 모아 시즌 상금 순위 1위를 질주 중이다.
미국 골프 용품사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성공한 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신들이 쓰는 용품사로부터 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서 켑카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돈을 받지 않고도 성적으로만 모든 것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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