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일본이 물건 안팔면 글로벌 공급망 부서져 모두 피해"

입력 2019-09-20 12:01   수정 2019-09-20 16:1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간) “SK 회장으로 일한 지난 20년간 지정학이 이렇게까지 비즈니스를 흔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앞으로 30년은 더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폭에 따른 중동 위기 등 지정학적 위기로 기업 경영이 전례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이날 SK워싱턴사무소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SK 회장을 한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끝날거 같지도 않으니, 여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또 “지정학적 리스크가 앞으로 30년은 더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길게 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최근 한·일갈등과 관련 ‘탈일본화가 키워드’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이 만약 진짜로 물건을 안팔면 다른데서 구해와야 하는데 크리티컬한 건(결정적인 부품은)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그랬다가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다 부서질텐데, 그러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우리만 피해를 입는게 아니라 우리 고객들, 또 그 뒤에 있는 고객들이 다 문제가 된다”고 했다.

‘SK 차원에서 부품 국산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국산화라는 단어를 쓰기보다는 ‘얼터너티브 웨이(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파트너링(협업)을 하던지 다른 것을 하던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무기화하는 건 좋은건 아니다”고 했다. ‘국산화보다 대안을 찾는게 낫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국산화를 배제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대안이든 먼저 찾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했다.

내년 계획을 묻는 질문엔 “아직 내년 생각을 할 정도로 한가하진 않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유엔총회 기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SK 차원의 선물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건 없다”고 했다.

SK와 LG가 최근 전기차 배터리 문제로 갈등을 빚는데 대해선 “잘 되겠죠”라며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면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와관련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배터리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커지고 있는만큼 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존재감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며 “싸움이 꼭 나쁜건 아니고 선의의 경쟁은 좋지만 (한국 기업끼리)싸우는건 (지금이 아니라)3년이나 5년 있다 해도 되는건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싸우는 사이에 (고객들이)중국이란 대체안을 찾을 수도 있고 대체 공급자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싸우지 말자는게 아니라 중요한건 (싸우는)타이밍”이라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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