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의혹으로 대중의 공분을 샀던 가수 유승준, MC몽이 다시금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 명은 적극적으로 한국 입국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콘서트 개최와 앨범 발매 소식을 전하며 본격적으로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의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는 2015년 9월 주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인 F-4 비자를 신청해 이를 거부당한 유승준이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으나 대법원이 올 7월 원심을 파기하면서 다시 시작된 심리였다.
변론 기일에서 유승준 측 법률대리인은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입국금지가 지나친 것임을 강조했다.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가 법적으로 병역 기피가 아니며, 과도한 처분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영사관 측은 유승준이 혜택이 많은 재외동포비자인 F-4를 신청한 것을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처럼 유승준은 한국에 발을 들이기 위해 수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SNS, 아프리카TV, 지상파 방송을 통해 한국 입국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드러내며 대중에 여러 차례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눈물로 억울함을 토로할 때도 있었고,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다. 자신을 향한 거부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보가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승준은 복귀를 전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한국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는 지난해 11년 만에 한국에서 새 앨범을 발매하려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계획이 물거품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지난 1월 기습적으로 신곡을 발표했다. 노래에는 그간의 심경과 반성, 후회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최근 SBS '본격연예 한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상파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행을 택했던 이유, 과거 군대를 가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재외동포의 한국 내 영리활동이 가능한 F-4 비자를 신청하게 된 계기 등을 줄줄이 해명했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불쾌함을 표했다. 복귀를 두 팔 벌려 환영하지도 않는 마당에 해명만 늘어놓는 인터뷰를 지상파에서,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봐야했기 때문. "한국은 내 정체성이고 뿌리"라고 호소하는 그의 말에도 대체 왜 이제와서 이토록 간절히 한국에 들어오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 대부분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유승준의 계속되는 어필에 슬슬 피로감이 쌓여갈 때쯤, 슬쩍 MC몽의 컴백 소식이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레이블로 합류한 밀리언마켓에 새 둥지를 튼 그가 10월 중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고, 정규 앨범까지 발매한다는 것이었다. MC몽의 복귀 소식에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일부 팬들은 MC몽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들어 긴 시간을 자숙한 그가 이제는 복귀를 해도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공식적인 방송 활동만 없었을 뿐 음악 활동은 지속해오지 않았냐며 자숙의 진정성을 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MC몽은 2010년 고의 발치 및 공무원 시험 허위 응시로 병역기피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고의 발치로 인한 병역 기피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공무원 시험 허위 응시 등 고의로 입대 시기를 연기한 혐의는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공개적인 연예 활동을 하지 않은 그는 음악 작업에만 전념해왔다.
공백을 깨고 2014년 6집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 발매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EP '송 포유(SONG FOR YOU)'를 내고, 프로젝트 앨범 'W.D.W(Who is With Daishi Dance)'에 참여했다. 이어 2016년 힙합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곡 '후유증'에 참여했고, 정규 7집 'U.F.O'도 발매했다. 2017년에는 허각과 함께 '반창고'라는 곡을 내기도 했다.
사실상 음악 활동은 꾸준히 이어온 셈. 더불어 최근에는 가수 김종국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석해 무대를 펼쳤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다수의 네티즌들이 실망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자숙'이라는 말 뒤에 숨어 과거 논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방송을 제외한 활동을 이어가는 MC몽의 일방적 행보에 괘씸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병역 기피' 꼬리표에 대중들은 절대 관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수많은 청년들이 현재의 '직진'을 잠시 멈추고, 국방의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이는 연예인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 배우와 가수를 불문하고 대다수가 2년 간의 공백기를 갖는다.
누군가는 억울함을 표출하고 있고, 누군가는 침묵을 택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복귀 카드를 꺼내들고 대중에 인정 받고자 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일단 직진'을 외치기에 앞서 왜 많은 이들이 이처럼 실망하고 분노하는지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을 향한 대중들의 괘씸죄 공소시효는 몇 년일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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