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공모(公募) 리츠는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각종 규제가 많고 투자시장도 성숙하지 못해서다. 2001년 제도 도입 이후 18년이 흘렀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9월 현재 국내 리츠·펀드(139조3000억원)의 대부분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등 전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모(私募·133조3000억원)다. 공모(6조원)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일본(시가총액 165조원), 싱가포르(96조원)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하다. 이처럼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세제혜택 부족, 투자자 안전장치 미흡, 경직된 상장요건 등이 핵심이라고 지적돼 왔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11일 ‘공모형 리츠·부동산 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공모형의 부동산간접투자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국내 리츠·부동산 펀드 업계가 요구하던 내용을 대폭 수용해 주목된다.
우선, 정부는 2021년까지 공모형 비중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배당수익 관련 세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공모형 리츠·펀드에 일정기간 이상 투자해 얻은 배당소득은 다른 소득과 분리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투자금액 5000만원 한도로 발생하는 배당소득은 9%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의 일반 세율(1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데다 소득이 합산되지 않아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취득세 감면도 본격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리츠에 현물 출자하면 받을 수 있는 과세 특례도 2022년까지 유지된다. 당초 올해 일몰 예정이었으나 3년 연장하는 것이다.
부동산간접투자로 개발할 수 있는 물량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보유한 우량 공공자산을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대상’으로 몰아주는 등 다양한 방안이 마련된다. 아울러 부동산간접투자 대중화에 필요한 ‘안전장치’도 대폭 확대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상장리츠의 경우 반드시 전문 신용평가기관 평가를 거친 뒤 결과를 공시하도록 의무화된다. 투자용부동산의 수익률을 지역·자산·규모별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수(인덱스)개발도 추진된다.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 내달 상장을 목표로 4100억원 규모의 공모를 준비 중인 롯데리츠를 비롯해 NH농협리츠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등 자산운용사도 연말과 내년 상반기 중에 공모상장리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도 시가총액 수조원 상당의 상장리츠가 여러 개 등장해 수십조원의 공모상장리츠 시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되면 은퇴자·고령자 등 개인투자자들의 안정적 노후보장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업계는 우량한 공모 상품을 꾸준히 발굴·개발할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하고, 운영의 투명성·도덕성도 높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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