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DLF도 첫 만기도래…원금 46% '손실'

입력 2019-09-22 09:00   수정 2019-09-22 09:13


우리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만기가 돌아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에 투자자들의 근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오는 25일을 시작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연내 만기되는 DLF 상품은 '메리츠 금리연계 AC형 리자드'로, 지난해 9∼12월에 463억원어치가 팔렸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와 영국 CMS 7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펀드 설정 당시 두 금리를 기초 가격으로 해서 만기 시 두 금리 중 어느 하나가 기초가격의 일정 수준(배리어)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배리어는 60%, 55%, 50% 등 세 종류가 있다.

25일 만기가 도래하는 DLF는 배리어가 60%이고, 현재 잔액은 10억원이다.

이 상품의 만기 수익률 산정 기준이 되는 20일 미국 CMS 5년물 금리(1.586%)와 영국 CMS 7년물 금리(0.776%)를 적용하면 손실률은 쿠폰금리를 포함해 46.4%가 된다. 1년 만에 투자금이 반 토막이 나다시피한 셈이다.

그나마 기초자산이 되는 두 금리가 이달 들어 반등하면서 손실이 줄었다. 두 금리가 연중 최저 수준에 떨어졌을 때 손실률은 70% 가까이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가 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돈을 잃은 투자자들의 반발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완전 판매로 의심되는 정황이나 판매 후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금융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보면 만기가 된 예금을 찾으려, 혹은 정기예금을 들러 은행에 왔다가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인 DLF에 가입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은 "미국과 영국이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전하다"는 은행 직원을 말을 믿었기 때문에 가입했다며 원금 손실이 100%까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부 손실이 났을 때 환매하려고 하자 '다시 금리가 오를 수 있다'며 은행 측이 환매를 만류해 결과적으로 손실 규모가 더 커진 사례도 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유럽의 시장금리 추이가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즉 하락세로 돌아서는 추세여서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재개에 대한 신중론이 흘러나오고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최근 금리가 반등했다. 과도한 비관론에 많이 내렸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되돌림 현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경제를 보는 시선이 다시 곱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상했다. 5월 전망치(1.4%)에서 4개월 만에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라고 본다"며 "지금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금리가 반락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의 기초자산이 되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달 16일 -0.511%까지 올랐다가 19일에 -0.527%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24일 만기가 도래하는 DLF의 손실률이 63.2%로, 19일 만기 상품의 손실률(-60.1%)보다 더 커졌다.

독일 상황은 특히 더 안 좋다. OECD는 독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5월 발표 때 1.2%에서 이번에 0.6%로 절반으로 깎았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독일 3분기 GDP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2% 이하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는 독일 경제가 기술적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금리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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