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폭등했다가 4억 급락…위기의 광주 집값

입력 2019-09-22 16:10   수정 2019-09-23 02:50

작년 폭등했던 광주광역시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넉넉해진 영향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외지인 갭투자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작년 내재가치 이상으로 올랐다”며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말했다.


봉선동 4억원 급락

광주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남구 봉선동 ‘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연초 대비 2억원가량 떨어졌다. 올 1월만 해도 최고 9억원까지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하지만 요즘은 7억원 안팎의 매물에도 매수세가 쉽게 붙지 않는다.

이 동네에서 가장 최근에 입주한 이 단지는 지난해 초만 해도 4억원 초반대에 거래됐다. 봄부터 매매가격이 꿈틀하더니 반년 만에 8억원을 넘어서면서 종전 가격의 두 배까지 치솟았다. 10억원을 넘보던 집값은 올해가 돼서야 고꾸라졌다. 봉선동 A공인 관계자는 “요즘은 작년과 달리 사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집값이 꺾이는 분위기여서 한창 때의 가격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인근 ‘한국아델리움3차’는 광주 부동산 광풍의 상징격인 단지다. 지난해 1월 6억원대이던 전용 84㎡ 매매가격은 3월 7억2600만원으로 급등했다. 작년 8월엔 다시 2억원 넘게 올라 9억9000만원을 기록하더니 11월엔 11억1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최고가를 썼다. 10개월 만에 5억원 넘게 오르면서 대구 수성구나 부산 해운대 등 지방 광역시 최고가 아파트값과 맞먹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연초 9억원 선이 무너진 뒤 하반기 들어선 7억원대까지 가격이 밀렸다.

한국아델리움3차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매가격 앞자리를 7·8·9·11억원으로 바꿔놓은 거래는 모두 광주 지역 안에서 일어난 ‘갈아타기’ 수요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단지 거주자나 같은 단지 전세입자 등이 옮겼다. B공인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였기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양도소득세 100% 감면이 가능한 경우가 제법 있다”며 “지난해 단지 내 갈아타기를 한 이들의 경우 양도세 감면 시한 만료 전에 차익을 한 번 정리하고 옮겼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이 광주 일부 지역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상승세를 이끌던 도심 신축 단지 가격도 확 꺾였다. 동구 학동 ‘무등산아이파크’ 전용 84㎡는 1년 전 대비 2억5000만원 내린 4억원에 이달 실거래됐다.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가격이다. 광산구 신가동 ‘수완지구호반베르디움1차’ 같은 면적대 또한 5억원 선에 손바뀜하면서 고점 대비 1억원 정도 하락했다.

“거품 꺼지는 중”

현지 중개업소들은 거품이 꺼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봉선동 B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올랐던 매매가격이 도로 빠지고 있다”며 “갭투자자들이 몰리던 치평동이나 주월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값도 주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내렸다. 8월까지의 누계 변동률은 -0.39%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공급 물량이 가격을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광주에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1만3253가구로 지난해(7000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내년에도 1만250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작년 반짝 공급 가뭄 때 광역시 최고 수준으로 오르다 보니 받쳐줄 만한 수요가 마땅치 않다”며 “입주가 늘어날수록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분양시장은 매매시장과 따로 놀고 있다. 분양엔 여전히 구름 인파가 몰리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청약을 받은 서구 화정동 ‘염주더샵센트럴파크’는 497가구 모집에 4만3890명이 몰려 88.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주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많은 청약통장이 집중됐다. 상반기 분양한 ‘광주화정아이파크’ 또한 6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비중이 전체의 절반가량(46.3%)이어서 새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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