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57·사진)가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런던의 위그모어홀, 파리의 샤틀레,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허바우 등에서 정기적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있는 그는 고전과 현대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예리한 분석과 독창적인 해석을 담아내는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비스펠베이는 2000년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했다. 2002년과 2014년엔 베토벤, 2005년엔 브람스의 작품으로만 공연을 선보였다. 한 공연에서 한 작곡가의 작품만 파고들어온 그가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선택한 작곡가는 슈베르트다. 비스펠베이는 “한 작곡가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작곡가의 다른 여러 작품을 통해 작곡가의 언어와 몸짓, 그가 전하려고 하는 의미에 더욱 익숙해지고 이해가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시든 꽃 주제에 의한 서주와 변주곡’을 첼로로 직접 편곡해 연주한다. 첼로를 위해 작곡된 곡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한 곡뿐이다. 그는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연주를 하는 것은 꽤나 감정을 자극하는 경험”이라며 “슈베르트의 눈과 귀를 통해 19세기 초반의 오스트리아 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펠베이는 2010년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슈베르트 판타지를 첼로로 편곡해 연주한 음반으로 프랑스의 쇼크(CHOC)상을 받았다. 4년 전엔 동료인 피아니스트 파올로 자코메티와 함께 브람스와 슈베르트의 듀오 레퍼토리 전곡 녹음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플루트,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주로 첼로가 아닌 다른 악기를 위한 듀오 작품을 첼로로 편곡해 총 6장의 CD에 담는 프로젝트다. 2015년 첫 앨범 발매 후 올봄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내놓은 상태다. 그는 “첼로로 편곡하고 연주하는 것은 큰 도전이지만 어떤 작품도 첼로로 연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브람스와 슈베르트의 듀오 프로젝트 이후에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꾸준히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 시즌엔 로슬라베츠, 카발레프스키, 바인베르크의 소나타와 같은 이국적인 후기 러시아 음악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기대됩니다. 그 후엔 슈만이 다음 타자가 될 겁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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